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사색'보다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이를 두고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고용과 소비 확대 등 프랑스 경제 회생을 위해 '사색의 전통'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할 것을 국민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처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지난주 의회의 감세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프랑스는 생각하는 국가이며 이론으로 정립하지 않은 이념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 수세기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이미 도서관에 가지고 있는 만큼 이제 생각은 그만하고 옷소매를 걷어붙일 때"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려야 하며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NYT는 실제 프랑스에서 타인의 부를 인정하는 경향이 점점 퍼지고 있다며 한 주간지가 최근 프랑스 소득 순위 명단을 발표한 것도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모건스탠리의 한 유럽 담당 분석가는 "프랑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고 부는 더 이상 프랑스 내에서 금기가 아니다"며 "치솟는 물가로 사람들은 돈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색의 전통을 부정하는 듯한 사르코지 정부의 모습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철학자이자 라디오쇼 진행자인 알랭 핀키엘크라우트는 "생각을 덜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말이냐"며 "당신의 삶을 신성하게 하려면 잠잘 때를 포함해 모든 시간을 사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학자이며 언론인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도 "라가르드 장관의 주장은 술에 취한 종교인이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프랑스 현대사에서 장관이 그런 말을 감히 내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친미적이며 친시장적이어서 사르코지를 찍을 수도 있었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같이 반지성적 모습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