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판매감소 비상 시장확대 총력체제 주문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경영이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체질 강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 임직원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가 현재 해외시장에서 처한 상황을 '중대 고비'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23일 현대차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 지역본부장 회의에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엔저(低)와 고(高)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진업체와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등 후발 업체의 추격이 거세져 글로벌 경영이 중대한 고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특히 "엔화 약세는 일본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ㆍ기아차에 큰 짐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경쟁업체들과 글로벌 격전을 벌이고 있는 해외법인장들을 격려하는 한편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본사 차원의 총력 지원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외시장 '비상'


정 회장의 진단대로 현대ㆍ기아차는 지금 해외시장에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경쟁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7위로 내려앉았다. 4월과 6월에는 월간 판매순위가 10위권 밖으로까지 밀려났다.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던 유럽시장에서도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현대차는 1.6%,기아차는 2.9% 각각 줄어들었다.

상트로(아토즈의 변형 모델)를 앞세워 소형차 시장을 선점했던 인도에서도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GM 스파크(마티즈의 변형 모델),르노 메간 등 글로벌 업체들이 상트로의 경쟁 차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데다 인도 토종업체인 타타는 내년에 10만루피(약 230만원)에 불과한 초저가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지난 6월 월간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4만9368대를 판매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체질 강화로 제2도약"


정 회장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체질 강화와 마케팅 역량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12만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다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과 품질,브랜드 가치를 높여 일본과 유럽의 선진 업체를 따라잡고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춰 중국과 인도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해외 법인장들은 전사적인 혁신과 제2의 성장시장 개척,글로벌 네트워크 간 협력 강화 등 해외 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중장기 전략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현대차 해외지역본부장 회의에는 김동진 부회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4개 해외 생산법인장과 12개 해외 판매법인장,본사의 수출·품질·연구개발·생산·재경·상품전략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으며 기아차도 조남홍 사장과 정의선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의 해외 지역본부장 회의를 가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