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투기적 성향이 강한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석유 태양광 등 에너지 개발 관련 회사와 항공기 선박 투자회사 등으로 기금 운용 경로가 다변화된다.

연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여 기금 고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민연금기금이 위험회피(헤지) 및 차익거래 목적을 제외한 파생상품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국민연금법 시행령 52조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원개발펀드 대체에너지펀드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국내외 간접투자기구에 대한 투·융자가 가능하도록 투자 대상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는 시행령을 고쳐 주식 채권 이외의 대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우선은 간접 상품에 투자"

이번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의를 거쳐 8~9월 중 공포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파생상품을 통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거래까지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국내외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대 포지션을 매입하는 형태의 선물 거래만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성격의 선물 옵션 투자도 가능하다.

박민수 복지부 연금재정팀장은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면서 수익률 제고 및 투자다변화 차원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운용본부는 아직 어떤 유형의 투자에 나설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기금운용 계획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곧바로 위험자산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파생상품이 주식보다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파생상품 관련 간접 상품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성향 변화 신호탄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연기금의 투자 성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점에서 의미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5.77%였던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2012년까지 7.3%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도 수익률을 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연금기금 운용 방식이 더욱 공격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하지만 수익률 개선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자체 운용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자칫 기금 부실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