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3명을 5일째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23일 보도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대책회의에 직접 참여해 공동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일각에서 한국인 인질의 석방 가능성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다.

협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공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코트로 넘어갔다"면서 "오늘 오후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인질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우리의 자살폭탄 테러 단원들과 탈레반 수색대원들의 관리하에 있다"며 "다만 이들은 아직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내무부는 한국인 인질 23명의 석방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른 입장을 내놨다.

제마라이 바샤리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온종일 쉬지 않고 매달리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석방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조금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구출을 위한) 군사 작전보다는 대화를 통해 석방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탈레반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 대표단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책회의에 참석,우리 정부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정부 대책반원으로 파견된 문하영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대책회의에 직접 참석,구체적인 교섭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