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한국인 23명의 석방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외곽에선 심리전이 시작됐다.

탈레반을 자처한 납치 세력은 시한을 하루씩 연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협상 내용에 따라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인 납치 사건이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라 여론의 향방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정부와 국민,탈레반 납치 세력도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들이 순수하게 노약자와 어린이를 돕기 위해 왔다.

이런 분들을 납치하는 것은 아프간의 이슬람 전통에 배치되기 때문에 바로 석방해야 한다"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같은 아프간 정부 입장은 현지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반면 기독교와 관련된 국내 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날 납치 세력이 "한국인들이 무슬림을 개종시키기 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압박을 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피랍자들을 위해하는 것이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점을,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여성을 위해하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설득 요지다.

반면 납치 세력은 종교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며 명분 찾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노무현 대통령의 긴급 성명에 이어 피랍자 가족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랑을 담고 봉사하러 간 아이들"이라고 강조한 내용을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영향력이 높다.

분쟁지역 아프간에서 발생한 이번 납치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홍콩신보는 이날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운명이 전 세계의 초점이 됐다"고 보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