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손톱만한 IC카드를 단말기에 꽂아 통화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국내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휴대폰을 바꿔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부가 3세대 이동통신 휴대폰에 들어 있는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카드 잠금장치를 해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3G+',KTF의 '쇼' 등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의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는 유심카드 하나로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종류에 상관없이 휴대폰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유심카드 개방은 이용자 편리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높여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번호이동을 하려면 이동통신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단말기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가입자를 식별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식(GSM) 이동통신에서는 휴대폰 내장 유심카드만 다른 휴대폰에 꽂으면 통화가 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F가 제공하는 3세대 이동통신은 GSM에서 진화한 서비스여서 3세대 폰에는 유심카드가 들어 있다.

하지만 잠금장치가 걸려 있어 현재는 자신의 휴대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유심카드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소비자는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 사업자가 SK텔레콤이든 KTF든 상관없이 유심카드만 옮기면 가족이나 친구와 자유롭게 휴대폰을 바꿔 쓸 수 있게 된다.

정통부는 초기에는 같은 이동통신사 내에서만 유심카드를 옮겨 쓰게 하고 이어 다른 사업자 휴대폰에도 꽂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방식이 달라 유심카드 호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심카드 호환이 활성화되면 휴대폰 유통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휴대폰을 이동통신 대리점이 아닌 대형 할인점이나 전자제품 매장,심지어 자동판매기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동통신사가 제조업체에서 휴대폰을 구입해 자사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인 현재의 유통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휴대폰 유통시장을 제조사나 대형 유통업체가 주도하게 되면 이동통신 대리점의 입지는 크게 약화된다.

물론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유통 주도권도 사라진다.

유심카드를 통한 휴대폰 호환이 가능해지면 외국산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휴대폰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TF 관계자는 "보조금만 받고 다른 이동통신사로 옮겨간다든지 습득한 휴대폰의 유심카드를 자기 휴대폰에 꽂아 쓰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어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내년 3월 휴대폰 보조금 폐지에 따른 연착륙 방안으로 의무약정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유심카드 잠금장치를 해제할 경우 분실 휴대폰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신사의 잠금은 금지하되 이용자 본인의 선택으로 잠금을 설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