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협상 혼선 … 사태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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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의 구명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시한을 24시간 연장했지만 한국으로서는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납치 단체가 석방을 요구한 탈레반 죄수 23명은 미국 영국 캐나다군 등 다국적군이 관할하는 수용소에 분산 수감돼 있다.
파병국들이 모두 동의해 줘야 석방이 가능하다.
아프간 정부도 석방 권한이 없다고 한 발 물러나 죄수들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23일 장성급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부 지원단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급파,파병국들과의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죄수 다국적군 관할
납치세력 대변인을 자처해온 유수프 아마디는 중국 신화통신에 "탈레반 죄수 23명을 한국인들과 교환하자고 요구했으나 죄수 중 일부는 미국,캐나다,영국군 포로 수용소에 수감돼있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납치 세력이 석방을 요구한 포로들이 아프간 정부 교도소에 있지 않고 다국적군 수용소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 협상의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탈레반은 여러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가 협상에 직접 나서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차관 압둘 하디 칼리드가 "아프간 정부는 국가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며 "한국인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NATO,"납치범과 협상 못한다"
아프간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파병국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주둔 국제평화유지군의 댄 멕닐 미군 사령관은 이날 독일 ARD 방송에 "무장세력은 파병국들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납치를 전술로 이용하고 있다"며 납치범들과의 협상은 "나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앞서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추가 파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멕닐 사령관은 "독일이 2개 대대(500~1000명)를 추가 파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끄는 국제평화유지군 3만5500명의 주력이다.
숫자는 미군이 1만7000명으로 가장 많으나 파병 규모로 두 번째인 독일군 3000명은 최정예 전투부대다.
독일은 국민 2명이 납치됐으나 협상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납치세력 요구조건 올려
가즈니주 부족 원로의 중개로 가즈니주 납치세력과 아프간 정부간에 진행돼온 협상에 탈레반 중앙 조직이 개입하려는 정황이 있다.
가즈니주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세력은 탈레반을 자처했으나 2001년까지 아프간에서 집권한 탈레반과는 직속 관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요구 조건이 전달되는 경로가 단일화돼 있지 않고,내용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탈레반의 근거지는 남부 칸다하르인 데 반해 납치 세력이 한국인들을 붙잡아 억류하고 있는 곳은 칸다하르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가즈니주 카르바흐라는 점도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새로운 인물들이 협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 잔의 대변인을 자처한 사람은 이슬라믹 프레스(AIP)에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이 가즈니주(洲) 탈레반 최고 사령관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중앙 세력이 개입하면서 요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협상 장기화될 듯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에 대해 "아프간 정부,우방국 정부들과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여러 국가의 이해 관계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준장 1명과 영관급 4명으로 구성된 군 협조단을 카불로 급파했다.
파병국들과의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NATO가 한국인들이 억류된 가즈니주 카르바흐를 포위하고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이 행동에 들어가지 않도록 설득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고집할 경우 정부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현재 아프간 정부 대책반에 합류해 후방에 물러나 있다.
아프간 정부 대책반은 가즈니주 정부,한국 정부 대표단,미국 동맹군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전면에는 가즈니주 부족 원로들이 나서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지고 납치 세력의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시한을 24시간 연장했지만 한국으로서는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납치 단체가 석방을 요구한 탈레반 죄수 23명은 미국 영국 캐나다군 등 다국적군이 관할하는 수용소에 분산 수감돼 있다.
파병국들이 모두 동의해 줘야 석방이 가능하다.
아프간 정부도 석방 권한이 없다고 한 발 물러나 죄수들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23일 장성급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부 지원단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급파,파병국들과의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죄수 다국적군 관할
납치세력 대변인을 자처해온 유수프 아마디는 중국 신화통신에 "탈레반 죄수 23명을 한국인들과 교환하자고 요구했으나 죄수 중 일부는 미국,캐나다,영국군 포로 수용소에 수감돼있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납치 세력이 석방을 요구한 포로들이 아프간 정부 교도소에 있지 않고 다국적군 수용소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 협상의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탈레반은 여러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가 협상에 직접 나서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차관 압둘 하디 칼리드가 "아프간 정부는 국가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며 "한국인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NATO,"납치범과 협상 못한다"
아프간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파병국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주둔 국제평화유지군의 댄 멕닐 미군 사령관은 이날 독일 ARD 방송에 "무장세력은 파병국들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납치를 전술로 이용하고 있다"며 납치범들과의 협상은 "나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앞서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추가 파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멕닐 사령관은 "독일이 2개 대대(500~1000명)를 추가 파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끄는 국제평화유지군 3만5500명의 주력이다.
숫자는 미군이 1만7000명으로 가장 많으나 파병 규모로 두 번째인 독일군 3000명은 최정예 전투부대다.
독일은 국민 2명이 납치됐으나 협상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납치세력 요구조건 올려
가즈니주 부족 원로의 중개로 가즈니주 납치세력과 아프간 정부간에 진행돼온 협상에 탈레반 중앙 조직이 개입하려는 정황이 있다.
가즈니주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세력은 탈레반을 자처했으나 2001년까지 아프간에서 집권한 탈레반과는 직속 관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요구 조건이 전달되는 경로가 단일화돼 있지 않고,내용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탈레반의 근거지는 남부 칸다하르인 데 반해 납치 세력이 한국인들을 붙잡아 억류하고 있는 곳은 칸다하르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가즈니주 카르바흐라는 점도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새로운 인물들이 협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 잔의 대변인을 자처한 사람은 이슬라믹 프레스(AIP)에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이 가즈니주(洲) 탈레반 최고 사령관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중앙 세력이 개입하면서 요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협상 장기화될 듯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에 대해 "아프간 정부,우방국 정부들과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여러 국가의 이해 관계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준장 1명과 영관급 4명으로 구성된 군 협조단을 카불로 급파했다.
파병국들과의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NATO가 한국인들이 억류된 가즈니주 카르바흐를 포위하고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이 행동에 들어가지 않도록 설득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고집할 경우 정부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현재 아프간 정부 대책반에 합류해 후방에 물러나 있다.
아프간 정부 대책반은 가즈니주 정부,한국 정부 대표단,미국 동맹군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전면에는 가즈니주 부족 원로들이 나서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지고 납치 세력의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