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들의 프라이빗뱅킹(개인자산관리·PB)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전통적인 예대마진 장사에서 한계를 느끼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서라도 투자상품 거래비중이 높은

거액자산가 고객들을 왕처럼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외국처럼 자산관리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란 예상도

거액 자산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족화'냐 '대중화'냐

PB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부자'의 기준은 은행마다 다르다.

주요 타깃으로 삼는 고객 등 PB영업 전략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은 금융자산 5억~10억원 이상 초부유층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와 기업은행은 PB고객 자격조건을 3000만~5000만원 이상으로 낮게 잡아 향후 부유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고객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골드 앤 와이즈(GOLD & WISE)'라는 브랜드로 PB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PB고객이 되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을 은행에 맡겨야 한다.

국민은행은 현재 19개인 PB센터를 연말까지 11개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이 중에는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부유자산가를 전담해 관리하는 전용센터도 2개 포함돼 있다.

신한은행은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12개 전용 센터에서 팀장급 PB(프라이빗뱅커)들이 PB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자산 5억~10억원 고객은 'V-라운드(V-Round)',1억원 이상 고객은 '브이아이피(VIP)'고객으로 분류해 영업점에서 별도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PB사업의 대중화'를 내걸고 PB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자격을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으로 낮춰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산층 고객의 자산 증대를 통해 부유층 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최근 240개였던 PB영업 채널을 464개로 대폭 늘렸다.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10억원 이상 거액 고객을 전담하는 PB센터 5곳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별 전략에 따라 PB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똑같이 PB서비스라는 명칭을 쓰더라도 자산 규모에 따라 고객의 요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차별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관리는 기본…생활서비스까지

PB서비스의 기본은 고객에게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을 짜주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적절한 금융상품을 골라주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이 얼마나 우수한 전문인력(프라이빗 뱅커)을 확보하느냐에 PB영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PB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각종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빗뱅커(PB)들도 마스터,시니어,주니어 등 전문성과 경력에 따라 계층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급'이 높은 PB들이 맡아서 자산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총 160명 PB 가운데 40명을 '골드클럽 PB'로 선발해 각 영업점에 배치했다.

이들은 평가등급에 따라 주니어,시니어,마스터PB로 분류되고 향후 영업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대우와 보상 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신한은행은 올초 내부 공모를 통해 예비 PB 9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1년 이상 연수과정을 거친 뒤 VIP코너와 V-라운드에 배치돼 활동하며 각종 검증과정을 거친 뒤 팀장급 PB로 발탁돼 10억원 이상의 고객을 맡을 수 있게 된다.

PB팀장 가운데 선발된 시니어PB와 마스터PB는 50억원 이상의 최상위층 고객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활동 중인 총 160명의 PB 중에는 마스터 PB가 3명,시니어 PB가 47명이다.

PB고객 확보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서비스 이외에 각종 부가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세무 법률 부동산 등 자산관리와 연계된 각종 상담서비스뿐 아니라 건강 미용 여행 골프 관련 소위 '라이프케어(Life Care)'서비스도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PB고객 자녀들의 맞선행사 등 가족까지 챙기는 마케팅이 유행이다.

은행별 특성을 살린 서비스나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고객이 많다는 특성을 활용해 기업 승계나 세무 상담 등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특화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SC제일 씨티 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 정보에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PB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 우수 친환경농산물 제공,농촌체험 행사 등 농협만의 특성을 살린 각종 고객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