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23명을 6일째 억류,석방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탈리아 인질의 석방모델이 관심을 끈다.

'이탈리아모델'이란 지난 3월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간 현지를 취재하던 이탈리아 일간지의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특파원을 납치한 뒤 탈레반 포로 5명과 맞교환하면서 15일 만에 석방한 것.

탈레반은 이번에도 이탈리아 사례와 같은 요구를 내걸었다.

한국인 인질 23명의 석방 조건으로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을 철수하고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것이다.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이탈리아모델이 한국에 하나의 해법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탈레반의 요구에 아프간 정부가 응할지다.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부 차관은 지난 23일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국가 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은 할 뜻이 없다"면서 "탈레반이 제시한 (한국인) 인질과 수감자 교환 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탈레반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깨진 점을 시사하며 한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아프간 정부는 이탈리아 사례 초기에 수감자 석방이 불가하다고 선언했다가 방향을 전환,다시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했다.

키는 아프간 정부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전투병력(2000여명) 철군 압력이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나토(NATO),미국 등 동맹국의 비난을 무릅쓰고 "단 한번뿐인 거래"라고 못박고서 탈레반 포로 5명을 석방했다.

다만 한국은 현재 아프간에 이탈리아보다 훨씬 적은,그것도 비전투병력인 200여명을 파병하고 있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렛대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올 연말까지 철군계획도 이미 밝힌 상태다.

더욱이 카르자이 대통령이 자신이 세운 석방원칙을 번복해 다시 동맹국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입지가 약화될 조치를 취할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국방부가 23일 군사외교에 정통한 5명의 군 협조단을 아프간 현지에 파견한 이유다.

군 협조단은 아프간에 파병된 미국 등의 동맹군을 적극 설득,한국인 인질이 조기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포로들은 대부분 이들 동맹군에 분산 수감돼 있기 때문에 이번 군사외교를 인질-수감자 교환이란 해법의 또 다른 열쇠로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의 '아프간 외국인 납치사건' 사례 분석(2003년 이후 총 14건)에 따르면 인질이 풀려난 경우는 모두 8건이었다.

피랍에서 석방까지 걸린 기간은 최단 2주,최장 3개월가량이었다.

피랍에서 살해까지는 최단 1일에서 최장 3일에 불과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