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탈레반 대변인'은 납치단체와 무관한 듯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카라바그 무장단체'는 지금까지 '탈레반 대변인'으로 자처해 온 유수프 아마디가 소속된 세력과는 다른 계통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날 "협상 과정에서 납치 단체가 아마디가 속해 있는 단체의 명령을 직접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포착됐으며,이에 따른 협상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납치 단체가 아마디가 소속된 조직과 상명하달 관계에 있지 않거나 최소한 정보 공유가 안 된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아마디의 탈레반 조직이 아니라 '카라바그 무장단체'와의 협상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

◆몸값으로 귀착될 듯

자칭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외신 보도를 통해 탈레반 죄수 23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 시한도 못박았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그런 요구는 협상 현장에 있는 우리 정부 대표단에도,아프간 정부에도 전달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협상장 안과 밖의 요구가 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돈 얘기가 오갔다는 정보도 있다.

실례로 아프간 정부 대책반 대표는 교도통신에 납치범들이 피랍자와 접촉하는 대가로만 1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마디가 전날 외신에 전화를 걸어 각각 한국 정부에 직접 협상을 압박한데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무장 단체측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며 외신에 우후죽순처럼 요구 조건을 밝히는 사람들 중에는 협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주변 세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한국인들을 납치한 무장세력이 누구인지와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일단 카라바그 납치세력과의 협상에 집중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아마디와 납치단체는 다른 조직

정부 당국자는 "무장단체가 탈레반은 맞는 것 같지만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아마디와의 관계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납치세력과 아마디가 한 계통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아마디는 지난 19일 한국인 납치 사건 이후 외신 보도에 수시로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인 인질 수가 18명이라고 했다가 22일에야 제대로 파악했다.

또 가즈니주 인근 와르다크주에서 18일 납치된 독일인 2명 중 1명이 살아 있다는 것도 24일에야 확인했다.

아마디는 지난 2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프간 방문을 노린 자살 폭탄 테러 때 탈레반 대변인으로 나선 적이 있어 특정 탈레반 계통을 대변하는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치 세력과 상명하달 관계인지가 명확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은 감청의 위험 때문에 위성전화 등 통신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2001년 정권 해체 후 남부 칸다하르로 쫓겨났고 그후 남부와 동남부 파시툰 부족 거주 지역에서 무장 세력이 자생,일부는 탈레반을 자처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

◆NHK "평화해결 가능성"

본 NHK 방송은 '탈레반 대변인'을 인용,"24일 중 협상에 합의가 이뤄져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랍자 중 일부가 먼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NHK가 인용한 '탈레반 대변인' 역시 납치세력을 대변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