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벌써 나흘째 본사에서 급파된 19명의 인도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이 머물고 있다.

설계·구매·품질관리 등 주요 분야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TF팀은 예정된 귀국일자까지 미뤄가며 인도공장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좀 더 효과적인 원가 절감 방안에 대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상트로(아토스 변형모델)급의 경쟁 차종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일본과 인도 업체들이 200만~300만원대의 저가 차까지 내놓을 예정이어서 획기적으로 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장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연간 500억원 이상 절감하라'


TF팀과 인도 공장 임직원들은 회의 첫날인 16일 경쟁 업체인 마루티(일본 스즈키의 현지 합작법인)의 차량과 상트로를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했다.

협력 업체들에는 마루티 차량들을 일일이 분해해 해당 분야별로 부품을 나눠준 뒤 꼼꼼하게 연구하도록 했다.

특히 이번 TF팀에는 서울 본사의 기획실과 구매본부 연구개발본부 등의 전무와 상무급 임원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총출동해 인도공장 임직원들과 연일 합동회의를 가졌다.

현장에서 경쟁 차량들을 살펴보고 결론까지 내기 위해서다.

20일까지 이어진 닷새간의 합동회의 끝에 인도공장은 올해만 50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지 업체를 통한 부품 조립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불필요한 액세서리 등도 모두 빼기로 했다.

아웃사이드 미러를 더 얇게 만들고,시트에 들어가는 천도 보다 값싼 소재로 바꾸는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특히 오는 10월 선보일 상트로 후속 신차 PA(프로젝트명)는 현지 부품 사용 비율을 90%로 높이기로 했다.

인도공장 관계자는 "아직까지 노무비보다 재료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가를 줄여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재료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 인도공장은 올해 순이익을 2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2억달러의 순이익을 얻은 인도공장은 사실 올해는 경쟁 심화 등으로 내부 순이익 목표를 1억6000만달러로 잡았지만,본사의 실적 악화 추세를 감안해 원가 절감으로 올해도 2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두기로 했다.


◆상트로와 PA로 승부


대개 신 모델이 나오면 구형 모델은 단종되는 게 상례.그러나 현대차 인도법인은 상트로의 후속 모델인 PA가 제2공장에서 오는 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가더라도 기존 상트로를 1공장에서 계속 생산키로 했다.

경쟁사들의 저가 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 상트로는 저가 모델로 남겨두는 대신 유럽형 차량으로 개발된 PA는 고급 차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PA는 구형 상트로와 구별짓기 위해 '아토스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인도시장에 출시키로 했다.

유럽에는 새 이름인 'i10'으로 나간다.

인도공장의 서원석 과장은 "올해 후반부터는 상트로와 더불어 PA가 현대차 인도법인의 주력 차종이 될 것"이라며 "PA를 연간 25만대 생산해 인도 내수시장에 15만대를 판매하고 나머지 10만대는 유럽과 동남아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험가동 중인 제2공장에서 만난 PA는 기존 상트로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르노나 푸조의 차량처럼 헤드램프가 훨씬 커지고 날렵하게 위쪽으로 치켜올라갔다.

뒷모습도 훨씬 세련되게 진화했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과 같은 플랫폼을 쓰는 PA는 가솔린 엔진(입실론 1000cc)만 있는 상트로와는 달리 신형 카파엔진을 장착,가솔린(1100cc)과 디젤(1200cc)의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카파엔진은 실린더블록을 알루미늄으로 제작,무게는 줄이고 파워는 늘렸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또 오는 10월 겟츠(국내명 클릭) 디젤 모델을 내놓고,내년 하반기에는 클릭 후속인 PB(프로젝트명)도 선보여 차종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1공장에서 생산될 PB는 유럽 수출 전용 모델로 올 연말부터 생산 준비에 들어간다.

뉴델리.첸나이=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