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 단 한 번 30일간의 세계일주 환상여행.'롯데관광이 최근 선보인 세계일주 패키지 가격은 1인당 1690만원이다.

5대륙 11개국,16개 주요도시를 두루 돌아보는 이 상품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큰 관심을 끌고 있다.

50대 이상 시니어계층을 중심으로 보다 여유롭고 럭셔리한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덕분이다.

500만원에 육박하는 8박9일 일정의 알래스카 크루즈가 여행사들의 구색상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실제 알래스카 투어 고객의 80% 이상은 50대 이상이며,정년퇴직을 앞둔 회사 임원이나 교수층이 즐겨 찾는다는 게 산타크루즈 관계자의 전언이다.

때문에 여행업계는 부유한 시니어계층을 VIP보다 한 단계 높은 VVIP로 분류,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특화상품을 개발하며 밀착상담 및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제공은 기본이며 귀족이나 사용하는 최고급 호텔로 부유층을 유혹한다.

여행 상품에는 프리스티지란 이름이 따라 다닌다.

하나투어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프리스티지클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코노미석과 4성급 호텔,빡빡한 일정과 시도때도 없는 쇼핑의 보통 패키지상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연히 상품가격이 여행기간이 같은 보통의 패키지상품에 비해 최대 10배 정도 비싸지만 그만큼 호화롭고 넉넉하게 짜여져 있다.

'버즈 알 아랍과 롤스로이스의 만남-두바이 5일'은 1인당 1100만원.비즈니스석을 타고 가 두바이의 최고급 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 3박 하며 휴양하는 상품이다.

지난 1년간 50대에서 80대까지 30명이 넘는 고객이 이 상품을 이용했다.

1인당 하루 100만원 꼴인 399만원짜리 '황제여행 베이징 4일'상품을 선호하는 시니어층도 늘고 있다.

하나투어 측은 "지난해 96명이 프리스티지클럽의 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최고급 상품을 찾는 고객이 아직은 많지 않지만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비중만큼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즈시장도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얄캐리비안&셀러브리티크루즈의 김보영 차장은 "국내 크루즈여행객은 지난해 6000명 정도로 해마다 급증 추세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크루즈 선호추세에 발맞춰 유럽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아시아에 기항하는 1000만원대 세계일주상품을 2009년께 내놓을 예정"이며 "내년 4월부터 한달간 상하이∼부산∼제주∼일본을 도는 아시아크루즈노선에 7만8000t급 랩소디호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 칼팍(KALPAK)클래스로 50세 이상의 VVIP고객층을 흡수하고 있는 한진관광의 경우 올 들어 6월 중순까지 27명의 크루즈고객을 출발시켰다.

700만원짜리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 10일'등 고가상품 위주다.

올 12월5일 출발예정인 '중남미 일주 인피니티호 23일'을 1099만원에,내년 2월 출발하는 '대양주 18일 크루즈'는 1650만원에 예약을 받고 있다.

크루즈뿐만 아니라 한나라,한도시를 샅샅이 살펴보는 고가의 패키지상품도 강화하고 있다.

한진관광 측은 "지난해 1500여명이 칼팍클래스 상품을 이용했다"며 "올해엔 2000명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투어도 주얼리모두(JM)사업부를 통해 고가 명품여행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크루즈부문을 강화,'6성급 북유럽 크루즈 10일''크리스탈 세레네티호 지중해 15일' 등 1000만원대가 넘는 크루즈상품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투어 김희선 팀장은 "지금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를 겨냥한 몇 천만원짜리 은퇴기념 여행상품이 인기를 끌고있다"며 "우리도 베이비부머가 본격 은퇴하는 2∼3년 후에는 세계일주 최고급 여행상품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