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i.com >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회사의 중역으로 정식 채용되었다는 외신이 있었다.

세계적인 완구회사인 피셔-프라이스사의 중역이 된 세이지 베인이라는 어린이가 그 주인공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며 '바로 이것이구나!'하며 무릎을 쳤다.

지방자치단체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가로서 평소 소비자 중심의 마인드를 행정에 접목시키겠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해왔지만,피셔-프라이스사만큼 과연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려는 시도를 충분히 펼쳤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실공히 '눈높이 행정'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어린이 중역 선발은 소비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추진한 진지한 프로젝트며,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직접 디자인해보기 위한 취지라고 마케팅 담당은 설명했다.

특히 이 대목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지난번 관내 어린이공원 현대화사업을 진행했던 경험 때문이다.

미끄럼틀 하나를 만들더라도 소비자인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할 색상과 디자인을 정하느라 고민했고,음용수대를 키에 맞게 낮추어 설치하는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데 중점을 두어 계획했다.

또 자문이 필요한 경우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의 조언을 구하는 등 소위 '눈높이 행정'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던 터였다.

그러나 이 기사가 주는 신선한 충격이,정작 시설을 이용할 당사자인 어린이들에게 직접 의견을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게 일깨워 주었다.

최근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 마케팅(Prosumer Marketing)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소비자가 직접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기업이 이를 받아들여 신제품을 개발하는 고객만족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서로의 만족도를 최고로 증대시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프로슈머 정신,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튼실한 뿌리일 것이다.

자치행정 또한 이에 못지않게 소비자인 주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행정의 존재 이유는 주민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관 중심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고객인 주민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살리는 정책,행정에서의 프로슈머 마인드는 바로 민주주의의 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