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70兆 돌파… '액티브' 수익률 42.79%

2003년 말 국민은행은 랜드마크자산운용이 설정한 '1억만들기 주식형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펀드는 기존 상품과 달랐다.

그동안 주식형 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내는 '거치식'이었지만 이 상품은 매월 적금 붓듯이 일정 금액을 내는 '적립식'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적립식 펀드는 3년5개월 만인 지난 5월 말 현재 908만계좌에 32조원어치가 팔렸다.

이에 힘입어 주식형 펀드도 최근 7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증시 2000시대 주역은 펀드

지난 13일 금요일.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53.18포인트(2.78%)나 치솟았다.

그러자 주말을 쉰 외국인들이 16일 장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 쏟아낸 물량은 무려 6615억원어치로 1년2개월 만의 최대 규모였다.

외국인들은 이날 이후 24일까지 6거래일 동안 무려 2조118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증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뚫고 장중 2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의 새 장을 열었다.

이 기간에 투신을 비롯한 기관은 1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지수 2000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기관이 이처럼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를 막아내며 증시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실탄'이라 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70조314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는 2004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8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후 적립식 펀드 확산 등으로 펀드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2005년 말 26조원,2006년 말 46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60조원을 돌파한 지난 6월19일 이후에는 하루 평균 약 4500여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불과 1개월 만에 10조원이 불어나는 사상 유례없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투신권은 지난 6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 올해 최고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8.8% 올랐다.

이 기간에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42.79%나 된다.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한국밸류10년투자,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삼성배당주장기주식 등 대표적인 펀드의 수익률은 55∼61%에 달한다.

인덱스 펀드도 연초 대비 33.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타이거세미콘상장지수,코덱스반도체상장지수,미래에셋맵스노블레스KRX100인덱스파생상품1C-A 등이 연초 이후 40%가 넘는 고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관이 사는 종목에 주목하라

최근 주식형 펀드에는 매일 1500억원의 돈이 들어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는 주가지수가 하방 경직성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기관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펀드 수익률도 올라가면서 더 많은 자금이 펀드로 들어오는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시달리는 종목보다는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기관이 주로 매수한 종목은 IT 은행주가 많았다.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으며 하이닉스 삼성SDI 등도 상위권에 있었다.

또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와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국민은행 등 저평가 은행주들도 순매수 종목으로 꼽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