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89년 3월 말 1000선을 찍은 후 18년3개월여 만에 2000 고지를 밟았다. 최근 1000을 돌파한 2005년 2월28일과 비교해선 2년5개월 만이다.

1989년 처음 1000선을 넘은 후 2000을 넘어서기까지 18년여 동안 시가총액 100위권에 있던 20여개 은행 종금 건설사 등이 상장폐지되거나 청산되는 비극을 겪었다.

정보기술(IT) 조선 기계 유통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2000시대 주역으로 등장했다. 1989년 당시 시가총액 10위 업체 중 지금도 10위 내에 있는 회사는 3곳에 불과하다.

포스코 등 '빅3'만 건재

유가 금리 환율 등 3저 호황과 올림픽 특수가 겹쳤던 1989년 3월31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 1003.31을 기록하며 1000시대를 열었다. 당시 주가 1000시대를 열었던 주역은 은행주였다. 주가가 단기 저점(680.10)이던 1988년 9월24일 시가총액(시총) 6∼9위에 포진해있던 한일 제일 서울 조흥 상업 등 5개 은행주는 6개월 만인 1989년 3월 말 나란히 시총 2∼6위로 올라서며 1000시대를 열었다.

은행주와 함께 당시 증시를 주름잡던 주역은 종합상사와 증권사들이었다. 종합상사로는 대우 LG상사가 시가총액 11위와 14위에 랭크돼 있었고 시가총액 15위부터 20위 내에 LG 현대 대우 대신증권 등 증권주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주가 1000시대를 연 조연에 그쳤다. 1988년 9월 말 시총 4998억원으로 13위에서 1989년 3월31일 1조485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순위도 7위에 올랐다.

당시 부동의 시총 1위는 포스코로 3조3687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기아차 유공(현 SK에너지) 현대건설 등도 시가총액 10위권을 오가며 주식시장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시가총액 10위 종목 가운데 최근까지 10위권 내인 종목은 포스코와 삼성전자 현대차 등 3개에 불과하다. 20위권엔 SK에너지 LG전자 하나금융 등이 포함된다.

당시 증시의 주인공이었던 증권사와 종합상사는 최근 20위권 내에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금융주 대거 퇴출

1989년 당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제일 상업 조흥 한일 등 4개 은행은 상장폐지되거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증시에서 사라졌다. 시총 100위권에 들어있던 경기은행 장기신용은행 충북은행 경남은행 충청은행 강원은행 보람은행 등도 외환위기 이후 합병이나 퇴출의 길을 걸어야 했다.

또 제일종금 대한종금 동양현대종금 중앙종금 등 종금사들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외환위기 등으로 당시 시총 100위 종목 중 증시에서 퇴출된 업체로는 대우전자 동아건설 삼미 아시아자동차 대우통신 일은증권 고려증권 오리온전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운 회사들은 SK텔레콤 KT 하이닉스 LG필립스LCD 등 IT 관련주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롯데쇼핑 신세계 KT&G를 비롯한 내수 유통주 등이다.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시총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그룹이 해체되는 등 외환위기가 시총 상위 업체들을 대폭 변화시켰다"며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이 그만큼 변화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