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훌훌 털어버렸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뜻하는 PER(주가수익비율)가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 안정성이 뛰어난 데다 북핵 문제 등 컨트리 리스크도 약화되고 국가신용등급 또한 올라가 한국 증시의 PER가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증시의 PER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13.6배로 유럽 선진국인 영국(12.8배) 프랑스(13.2배) 등을 추월했다.

이는 과열양상을 빚고 있는 인도(18.8배) 중국(18.3배) 등에는 못 미치지만 이머징시장 평균 PER인 13.3배는 물론 러시아(12.4배) 브라질(10.5배) 등보다 높은 것이다.

한국 증시의 PER는 2005년만 하더라도 8∼10배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PER는 직접금융 시장이 발달한 미국 호주 등의 15.5배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PER가 18배나 되지만 이는 경쟁국가에 비해 금리 수준이 훨씬 낮기 때문이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의 2000선 돌파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세계 증시의 동조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수대"라고 말했다.

현재 MSCI 세계지수 PER 14.9배에 비춰보면 지수 2000은 결코 부담스런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익에 심대한 타격이 오지 않는다면 상승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조정이 있더라도 5~7%(100~150포인트) 정도의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통합법 퇴직연금 등의 시행으로 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몰리고 있으며 FTSE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PER가 미국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FTSE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등에 비춰보면 한국 증시는 사실상 선진국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 증시 15.6배를 기준으로 한다면 코스피지수가 2300포인트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