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인디언 부족이 지역 경제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보호구역에서 살면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인디언들을 거부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천연가스.

뉴욕타임스가 25일 소개한 주인공은 미국 콜로라도주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서던유트(Southern Ute)족이다.

이들이 자리잡은 산후안베이슨은 세계에서 메탄 매장량이 풍부한 지역 중 하나로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의 1%를 담당한다.

지난 몇 년간 가스 가격이 오른 데다 에너지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서던유트족은 이제 40억달러 자산을 자랑하는 부자 부족이 됐다.

1400여명 부족민들도 백만장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자 인근의 유망한 토지와 빌딩을 사들이며 투자처 분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콜로라도주 두랑고시에 10만㎡의 땅을 기부하고 940만달러를 들여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 등 지역 사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두랑고의 조시 조시윅 전 지방행정관은 "이 지역에서 부족의 영향력은 현재 어떤 조직보다 크다"며 "다음 사업이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150여개 카지노방 시설을 갖춘 박람회장을 건설하고 오래된 병원을 재건축하는 등 지역 고용시장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1988년 엑슨의 가스 분야 수석 엔지니어 밥 재러드닉을 기용,800만달러의 종자돈을 들고 인디언 부족 최초의 에너지 사업에 나섰을 때만 해도 주변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으로 코노코 등 대기업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은 직원 600명 규모로 성장했다.

일자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클레멘트 프로스트 부족 대표는 "우리 부족이 얼마나 빠르게 정치·경제적으로 힘을 길러왔는지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던유트 부족이 2005년 발행한 채권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받는 등 월가의 신용도 두텁다.

풍부한 자원을 흥청망청 써버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연결시킨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성공 스토리가 카지노 산업에 의지하며 희망 없이 생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인디언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