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팔린 기업, 자금조달 위한 채권발행 차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신용시장 경색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사모펀드에 팔린 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키로 한 채권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오넥스에 넘어간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앨리슨 트랜스미션은 23일(현지시간) 채권 발행을 통해 31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채권 발행을 연기했다.

칼라일과 오넥스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차입매수(LBO)를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4일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13,716.95로 마감돼 전날보다 226.47포인트(1.62%)나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50.72포인트(1.89%) 떨어졌으며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도 30.53포인트(1.98%) 뒷걸음질쳤다.

반면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4.93%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경제에 악영향을 몰고올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사모펀드인 아팩스 파트너스에 인수된 톰슨 러닝은 지난달 25일 채권 발행을 통해 21억4000만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자 부족으로 5억4000만달러를 조달하지 못했다.

역시 사모펀드인 KKR와 클레이톤 듀빌리어 앤드 라이스에 넘어간 US푸드도 지난달 두 차례나 채권 발행을 연기해 35억5000만달러를 제때 조달하는 데 실패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나 자산담보부증권(CDO)의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채권 인수자가 나서지 않거나 높은 금리를 요구한 탓이었다.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채권 발행 연기가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규모도 크거니와 자칫하면 자동차사들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단체협상을 시작한 GM 포드 등은 퇴직자의 건강보험을 위한 펀드 설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으면 단체협상도 삐걱거리고 자동차사 회생도 물건너가게 된다.

월가에서는 이에 따라 사모펀드인 서버러스그룹이 인수키로 한 크라이슬러가 계획하고 있는 200억달러를 제대로 조달할지가 신용시장 경색 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투자전략가인 빌 그로스는 "크라이슬러의 자금조달 성공 여부가 신용경색 여부를 재단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슬러의 자금조달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美 서브프라임發 신용위기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