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5년 만에 기존의 'A3'에서 'A2'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 평가에 인색했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S&P나 피치 등의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선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유리한 자금 운용이나 외국인들의 국내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사실 어제 주식시장에서 미국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 2004를 기록한 것은 여기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로 무역·금융·자본시장 등에 의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그리고 북핵관련 불확실성의 감소 등을 들었다.

요약하자면 한·미 FTA협상 타결과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마냥 만족해 할 상황은 아니다. 무디스의 'A2'등급은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인데다 신용등급 상향이 곧 우리 경제성장의 활력(活力)을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한·미 FTA만 해도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데다 북핵문제 역시 낙관(樂觀)하기에는 이르다.

또 무디스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나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점수를 주었지만 솔직히 우리가 보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원화가치의 상승 등으로 인한 상품경쟁력 약화나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국가신용등급의 제고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기울이지않는다며 비판의 포문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성장동력 확충의 첫 번째 조건이랄 수 있는 기업의욕을 억누르는 온갖 규제를 그대로 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조 회장이 지적해듯이 법과 원칙에 따른 예측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전제조건임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