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에 앉아보고 수십억원의 돈다발 구경도 하고….1억원짜리 돈뭉치와 3억원짜리 돈보따리를 들어볼 수 있고 하루 종일 돈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서울 남대문로 3가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에 있는 화폐금융박물관이다.

2001년 한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 박물관에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시공간을 2개 층으로 늘려 재개관하면서 현장교육 위주의 체험형 전시프로그램을 대폭 늘린 결과다.

재개관 이후 하루 평균 관람객은 700~900명가량.덕분에 지난해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던 이 박물관 관람객은 올해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화폐의 제조과정 및 위·변조 화폐 식별법,돈과 나라경제,세계 각국의 화폐 등을 보여주는 박물관의 1층은 종전과 다름없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가장 널리 쓰인 상평통보를 설명하는 '상평아트갤러리'부터는 백남주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엽전이 왜 엽전인지 아세요? 돈을 주조하던 거푸집을 평면으로 보면 돈이 나뭇잎처럼 달려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그럼 '땡전 한닢 없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요? 고종 때 주조한 '당백전'을 '당전'이라고도 했는데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자 백성들이 '땅전''땡전'으로 부른 데서 비롯된 거예요."

상평아트갤러리를 지나 2층 전시공간으로 들어서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순금덩어리를 볼 수 있는 금과 화폐실,돈의 종류를 판별하고 헤아리고 묶고 포장하는 등의 기계들을 모아놓은 화폐기기실,각계각층 국민들이 내놓은 세계 각국의 진기한 화폐를 볼 수 있는 기증화폐실,한국은행의 화폐보관 창고를 모형으로 보여주는 모형금고,세계 170개국 화폐를 직접 볼 수 있는 '세계의 화폐실' 등을 잇달아 만나게 된다.

기증화폐실 앞 휴식 공간에는 폐기된 지폐가루를 속에 넣은 의자에 앉아서 쉴 수도 있고,게임·퀴즈 형식으로 꾸민 '체험학습실'에서는 화폐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화폐를 받을 수도 있다.

확장 재개관 기념전으로 마련한 특별전 '화연(畵緣)-그림으로 맺은 아름다운 인연'(한은갤러리)과 '화폐로 만나는 미술과 과학'(기획전시실)도 흥미롭다.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관람료는 없다.

(02)759-4881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