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7일째인 25일,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있는 피랍자 가족들은 상반 된 외신 보도에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한때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일부 가족이 실신하는 등 충격에 휩싸였다가 이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이 인질 교환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언론 보도에 따라 극심한 감정 기복을 나타냈다.

○…오전까지만 해도 피랍자 가족대표인 차성민씨가 주축이 돼 언론의 취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던 가족들은 탈레반의 인질 살해 위협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차씨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굳은 표정으로 "(살해 위협 보도) 얘기는 들었다"며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김형석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은 "가족들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갑자기 살해 위협 소식을 접하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탈레반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한국인 피랍자 관련 영문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슬람권 여론과 탈레반의 감정을 악화시켜 피랍자들의 신변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피랍자 중 한 명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여행기와 사진의 내용을 번역한 게시물이 확산돼 탈레반이나 이슬람권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싸이월드를 운영 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네티즌들이 '사람찾기' 서비스를 활용해 피랍자의 미니홈피를 찾지 못하도록 관련 조치를 취했다.

오영규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는 "피랍자 가운데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11명의 미니홈피를 '사람찾기 서비스'로도 찾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 총화종과 대전충남 불교발전포럼 스님 및 신도 100여명은 대전역 광장에서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법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법회에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에는 국가와 인종,그리고 종교 간에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불교 총화종 법전 스님은 "국민이 하나가 돼 젊은이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있다"며 "자비와 사랑,그리고 구제와 봉사는 하나이자 모든 종교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며 오지에서 봉사활동하던 젊은이들의 참뜻은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현/박민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