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업체인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방식을 속전속결로 바꾼 후 해결한 첫 케이스다.

지금까지 검찰은 금융감독원 등이 내부 조사를 거쳐 고발해온 사건을 맡아 종결까지 평균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엔 3개월 만에 성과를 올렸다.

코스피지수 2000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주가조작 사범들의 범죄 수익을 적극 환수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찬우 부장검사)는 25일 작년 10월 말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728개 계좌를 동원해 자동차 부품 업체인 루보의 주가를 1360원에서 5만1400원까지 40배 끌어올려 119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총책 김모씨 형제,주가조작 기획자 황모씨 등 1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회원 모집,계좌 제공 등에 관여한 36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3명을 수배했다.

이번 수사의 특징은 무엇보다 속전속결이다.

지난 4월2일 금감원이 루보 사건을 긴급 사건으로 대검찰청에 통보한 이후 검찰은 같은 달 13일 관련 계좌를 전격 동결하고 16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평균 1년여 걸렸던 수사기간이 3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또 검찰이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처음으로 9개 계좌(현금 8억8000만원과 시가총액 약 97억원)를 추징 보전(가압류 처분)해 범죄 수익 환수에도 적극 나섰다.

투자자들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사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사 착수 사실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장검사는 "지금까지 밀행성의 원칙 아래 수사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현재 진행형인 시세 조종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는 스타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검찰은 루보 등에 이어 최근 금융조세조사1부와 2부를 동원,코스닥 업체 2~3곳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의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의 금융감독원 조사1국 부국장도 "주가조작 사건 적발은 '속도'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사건이 중대할 경우 거래소 내부 심리 중간에라도 금감원에 곧바로 보고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루보 수사가 예전보다 빠르게 진행됐다고 하지만 이미 시장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시장 감시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혜정/이미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