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 한국 축구의 꿈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중동의 복병 이라크를 맞아 전·후반과 연장 120분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19년 만에 결승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이로써 28일 오후 9시35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경기장에서 일본과 3,4위전을 벌이게 됐다.

조별리그에서 치욕의 탈락 위기까지 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베어벡호가 결국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결승 문턱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로 한국(58위)보다 22계단이나 낮고 역대 전적에서도 5승9무2패로 압도해온 상대였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한국은 이라크와 A매치에서 1984년 이후 23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또 작년 도하아시안게임 4강에서 패한 악몽이 되풀이됐고 지난달 29일 평가전에서 거둔 3-0 완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한 판이 돼 버렸다.

5경기에서 고작 세 골밖에 넣지 못한 답답한 공격력이 재앙을 부르고 말았다.

베어벡 감독은 끝까지 단조로운 전술에 의존한 채 돌파구를 열지 못했고,태극호 공격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오히려 이라크에 많은 실점 기회를 내줬고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지만 두 번 연속 운이 따르지는 않았다.

한국은 승부차기 3-3에서 4번 키커 염기훈의 킥이 이라크 골키퍼 손끝에 걸린데 이어 마지막 5번 키커 김정우의 킥도 골대에 맞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