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란 노래 구절을 들어 봤을 것이다.

나에게 저 푸른 초원은 남산이다. 먼발치에서 남산이 눈에 들어오면 마음에 평화로움이 밀려들고 여유가 느껴지는데,그럴 때마다 남산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어진다.

얼마 전 한남동으로 이사를 온 것도 남산을 가까이하고 싶어서다.

운전면허증도 없고,주로 강남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강남에 집을 장만해야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한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외국의 큰 도시들에 비해 서울은 공원 환경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도심 곳곳에 공원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은 모자란 느낌이다. 해외 출장을 가면 가장 부러운 것이 도심 한복판의 녹지대 공원들이다. 뉴욕만 해도 그 복잡한 도시 한복판에 센트럴파크가 있어 부러울 따름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한 발만 걸어가면 마주치는 푸른 공원과 벤치들이 어느 휴양지 못지않은 휴식을 준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남산을 사랑한다. 한남동에서 남산 순환도로로 올라가는 길에만 접어들어도 설렌다.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돼 있는 체육시설들마저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얼마 전 남산을 지나가게 됐다.

길이 덜 막혀 시간여유가 생긴 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행에게 잠시 차를 멈춰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남산의 품에 안기는 순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내리는 듯했다. 또 봉고차를 개조한 이동식 카페에서 타주는 커피 한 잔은 청담동에서 잘 나간다는 카페의 커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꿀맛이었다. 잠깐이지만 남산의 자유를 맛보고 나니 지루하고 피곤한 미팅이 신입사원마냥 흥미로웠다.

남산의 위력이 장난이 아니란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남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케이블카다. 어릴 때 이후 타본 적은 없지만 나는 서울이란 변화무쌍한 동네에 옛 기억의 운치를 더듬게 해주는 케이블카가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외국에서 손님이 온다면 망설임 없이 남산으로 직행할 것이다. 한남동이나 이태원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남산 순환도로를 천천히 산책하며 서울의 야경을 즐기다가 케이블카도 한번 타고,기념사진도 몇 장 찍고,국립극장 앞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신다면 손님에게도 멋진 서울의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바쁜 일이 마무리되면 여유롭게 남산을 오르고 싶다. 나의 드림하우스를 어디쯤 세울지 즐거운 상상에 빠져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