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권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 대표는 26일 "매출 3000억원 내외 규모의 제약사 한 곳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약회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출 볼륨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며 "SK케미칼 생명과학 부문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제약사 한 곳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는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SK케미칼이 제약사 한 곳에 대한 M&A를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신 대표가 직접 나서 인수 대상 제약사의 매출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케미칼 생명과학 부문은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3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SK케미칼 생명과학 부문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제약사는 △중외제약(3428억원) △제일약품(2671억원) △일동제약(2594억원) △종근당(2428억원)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 대부분은 강력한 오너십이 유지되고 있어 M&A가 최종적으로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 대표는 또 "다국적 제약사 생산시설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며 "여기에 국내 제약사 M&A까지 성사되면 늦어도 2011년에는 1조원대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케미칼이 제약사 M&A 추진 사실을 공식화함에 따라 대기업들의 제약사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등으로 인한 제약업계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제약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출 2000억원 규모의 국내 제약사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마케팅력과 유통망을 갖춘 제약사를 인수,자체 연구개발(R&D) 조직과 제약 신기술 등을 보유한 삼양사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다.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생명과학부문 사업부인 라이프사이언스 부문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제약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관절염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인 코오롱생명과학도 그룹 차원의 전략적 M&A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윤/장창민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