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약자 보호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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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회적 약자 보호의 취지를 갖고 있는 법안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주목을 받게 마련이다. 이런 법들은 강자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을 주요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에 유리하고 공무원도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독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입법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대목은 약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정말 혜택을 보는 집단은 소수에 그치고 오히려 도입 취지와는 달리 형편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비정규직법이 대표적이다.
법 제정을 계기로 비정규직 근로자에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사업장은 공기업이나 은행,일부 대형 유통기업에 불과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지배력이 강한 탓에 비용 증가분을 자체 흡수하거나 고객,협력업체 등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정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계약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용역 또는 파견업체 신분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직으로 대우할 여력이 없는 실정에서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위한 조치다.
이 와중에 일자리를 잃었거나 종전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일하게 된 근로자들로서는 비정규직법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 24일 노동위원회에 정규직과의 차별대우시정 신청을 냈던 농협 경북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근로자 20명 중 한 근로자는 "솔직히 차별시정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다만 예전처럼 가만히 일하게 놔둬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탄했을까.
이에 못지 않은 피해자가 바로 구직자들이다.
그간 비정규직 위주로 인력을 충원했던 기업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당분간 중단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에게 장학금과 함께 정원외로 대학 입학기회를 주겠다는 기회균등할당제도 마찬가지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의도야 좋지만 과연 정부의 '특별 배려'로 입학한 뒤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용'으로 키워보겠다는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자칫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대학의 위축도 우려된다.
서울지역 명문대에 진학 수요가 몰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신입생들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우수한 학생에게 중고교 시절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학원 강사의 인터넷 강의료를 지원해주는 등 스스로 실력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처방인지 모른다.
아쉽게도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
약자보호의 그늘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특정 집단을 배려하다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다가는 시장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이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와 학습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어린아이가 넘어졌다고 늘 일으켜주기보다는 혼자서 설 때까지 지켜보고 독려하는 것이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 아니겠는가.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에 유리하고 공무원도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독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입법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대목은 약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정말 혜택을 보는 집단은 소수에 그치고 오히려 도입 취지와는 달리 형편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비정규직법이 대표적이다.
법 제정을 계기로 비정규직 근로자에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사업장은 공기업이나 은행,일부 대형 유통기업에 불과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지배력이 강한 탓에 비용 증가분을 자체 흡수하거나 고객,협력업체 등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정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계약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용역 또는 파견업체 신분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직으로 대우할 여력이 없는 실정에서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위한 조치다.
이 와중에 일자리를 잃었거나 종전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일하게 된 근로자들로서는 비정규직법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 24일 노동위원회에 정규직과의 차별대우시정 신청을 냈던 농협 경북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근로자 20명 중 한 근로자는 "솔직히 차별시정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다만 예전처럼 가만히 일하게 놔둬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탄했을까.
이에 못지 않은 피해자가 바로 구직자들이다.
그간 비정규직 위주로 인력을 충원했던 기업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당분간 중단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에게 장학금과 함께 정원외로 대학 입학기회를 주겠다는 기회균등할당제도 마찬가지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의도야 좋지만 과연 정부의 '특별 배려'로 입학한 뒤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용'으로 키워보겠다는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자칫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대학의 위축도 우려된다.
서울지역 명문대에 진학 수요가 몰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신입생들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우수한 학생에게 중고교 시절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학원 강사의 인터넷 강의료를 지원해주는 등 스스로 실력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처방인지 모른다.
아쉽게도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
약자보호의 그늘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특정 집단을 배려하다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다가는 시장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이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와 학습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어린아이가 넘어졌다고 늘 일으켜주기보다는 혼자서 설 때까지 지켜보고 독려하는 것이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 아니겠는가.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