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2명의 인질석방 협상이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26일 탈레반 무장세력은 한국인 인질 협상 시한을 27일 정오로 연장했다고 탈레반 측 대변인이 이날 AFP 통신에 밝혔다.

또 탈레반은 억류 중인 여성의 육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아프간 정부가 요청해 옴에 따라 탈레반 측이 이 같은 협상시한을 정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마디는 "아프간 내무 차관이 내일 정오까지 인질 협상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탈레반 지도위원회는 이 때까지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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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청와대는 아프간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이날 현지에 급파했다.

백 실장은 현지에서 피랍자 조기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와 긴밀한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22명의 신변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마지막 협상시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 이후 한국인 인질이 더 이상 살해되지 않았다"며 "인질들이 지금까지 모두 살아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일부 인질이 항의의 뜻으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한 아프간 소식통은 이를 부인했다.

한국인 인질 중 현지 가이드인 임현주씨는 파주후아크 아프간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질들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일부는 건강이 악화돼 의약품이 절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여성은 아프간 정부에 대해 탈레반의 인질 맞교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임씨는 미국 CBS와 가진 전화통화에서도 "가급적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고 CBS가 전했다.

이 여성은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면서 "하루 하루를 매우 어렵게 보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여성은 또 현재 한국인 인질들이 남녀 두 그룹으로 격리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의약품과 생필품을 피랍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25일 살해된 고(故) 배형규씨의 시신이 26일 오후 한국군 동의·다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프간 바그람기지에 도착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