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위해 서민이 명의신탁으로 주택을 취득한 경우 투기ㆍ탈세 목적이 아니어도 법 위반인 이상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의 김모ㆍ이모씨가 살던 임대아파트는 1997년 건설사가 도산한 뒤 다른 회사로 넘어갔고, 이 회사도 2000년 자금 악화로 아파트를 임대사업자에게 분할 매각키로 했다.

하지만 김씨 등은 세입자여서 아파트를 살 수 없었고, 이들은 자격을 갖춘 지인에게 부탁해 그 사람 명의로 아파트를 등기하는 명의신탁을 했다.

구청은 명의신탁을 금지한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 법률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들은 "투기ㆍ탈세 행위가 아니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행위이므로 과징금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법은 어겼지만 조세포탈 등의 목적이 아니므로 시행령 감면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50% 감경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투기ㆍ탈세 목적이 아니고 위법성 정도에 비해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이라며 아예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시행령에는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다', `조세포탈 등의 목적이 아닌 경우 과징금의 100분의 50을 감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이들이 인천 연수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의신탁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법 집행시 행정청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위(羈束行爲)"라며 "원고들의 행위가 명의신탁이 분명한 이상 피고는 사유가 있는 경우 과징금의 50%를 감경할 수 있을 뿐 전액 감면하거나 부과하지 않을 권한은 없다"라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