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만에 MBC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 빅뱅
다소 철없으나 똑똑하고 여린 재벌집 쿨가이

6년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리고 공유(28)가 마침내 '떴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또 한 명의 새로운 '왕자님' 최한결을 배출했다.

잘 자란 똑똑한 부잣집 도령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듯하나 여리고 순수한 면도 있는 인물. 게다가 외모도 받쳐준다.

큰 키에 다부진 몸매, 남자다운 이목구비….
다소 까칠하기도 하지만 이만하면 최고의 애인감. 그러나 조건이 좋다고 무조건 '뜨는' 것은 아니다.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캐릭터의 성패가 좌우되는 법. 최한결은 공유라는 배우를 만나 만인의 연인이 됐다.

"한결이 안에 공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유 안에 한결이가 들어가도록 했어요.

캐릭터 안에 제가 갇히지 않기를 바랬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숨이 턱턱 막히는 찌는 더위 속 26일 서울 홍익대 앞에서 촬영을 진행 중이던 공유는 "주변 분들이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만 사실 촬영을 하고 있는 저는 별로 실감을 못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근 트렌디 드라마가 대박을 친 경우가 없어 이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예쁘게 만들면 되겠다'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그런데 주변에서 '난리 났다'고 하대요.

(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 같은 인기는 남장여자 고은찬을 연기하는 윤은혜의 싱그러운 매력과 그런 은찬을 향해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한결의 모습 덕분.
따지고 보면 여느 청춘 멜로와 다를 게 없는 구도지만 신분을 숨긴 은찬과 그런 은찬을 남자로 알고 있음에도 끌리는 한결의 모습은 순정만화가 공략하는 여심(女心)의 한복판을 명중시켰다.

둘의 떨림에 시청자의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 특히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 한결의 순진한 표정 하나하나가 발끝을 간지럽힌다.

공유는 "실제로 남자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윤은혜 씨를 남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초반에는 윤은혜 씨를 남자로 보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요즘엔 진짜 남자처럼 보일 때가 있는 거 있죠? 물론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똑같겠지만 남자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제게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또 연기를 하면 할 수록 나중에 극중에서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결이와 내 마음이 어떨까 너무 궁금해집니다.

아직 짐작도 못하겠어요.

그런데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순간의 기분은 정말 오묘할 것 같아요.

"
최근 방송에서는 은찬이 밑도 끝도 없이 한결에게 돌진, 입맞춤을 해 한결을 대경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조만간은 한결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은찬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 방송될 예정. 이미 촬영은 마쳤다.

"그게 참 희한하대요.

그동안 여배우들과 키스하는 연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달랐어요.

은찬이 남자라고 생각하고 하는 키스였기 때문에 능숙하게 못하겠는 거에요.

저의 어색함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히지 않았을까 싶어요.

"
공유는 사실 이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질 뻔 했다.

2001년 데뷔, 성실하게 달려왔지만 마음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 사실. 영화 '잠복근무' 'S다이어리', 드라마 '어느 멋진 날' '건빵 선생과 별사탕'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건강한 매력을 발산했지만 그는 '스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대목 앞에서 번번이 멈추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런데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그간 뭉쳤던 응어리가 한방에 풀리는 느낌이다.

"이 작품 출연에 앞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약간의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내 열정이 점점 식어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던 차에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만났어요.

사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게 제게는 꽤 큰 결심이었요.

'또 트렌디 드라마?'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윤정 PD님이 제게 확신을 줬어요.

이 PD님의 '태릉선수촌'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고 연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아있던 약간의 우려--너무 가벼울 것 같은--마저도 떨쳐낼 수 있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다시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
공유의 비상은 그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고 있다.

그의 성실한 노력을 지켜보며 그간 함께 안타까워했던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있는 것.
"지인들이 저보다 더 좋아해서 얼떨떨해요.

반응을 일일이 전해주며 기뻐합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더니 더 잘된 것 같아요.

'뻔한 연기'만 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그 덕분에 평소의 마음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상대 배우 윤은혜의 공으로 돌렸다.

"윤은혜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드라마에 푹 빠져 은찬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죠. 그것은 상대 배우에게는 너무너무 신나는 일이에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대견스러워요.

덕분에 저 역시 편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