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9시35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 바링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2007아시안컵축구 3,4위전을 벌인다.

3위를 하면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인 다음 대회 자동 출전권을 확보한다.

47년 만의 우승 꿈이 물거품으로 날아간 상태에서 치르는 3,4위전이라 김이 빠졌지만 베어벡 감독 입장에선 어떤 경기보다 절박한 한 판 승부다.

단조로운 전술,카리스마 부족,선수 기용에서의 아집,사령탑 경험 부족 등의 비난을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베어벡 감독이 한·일전에서 진다면 사실상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맞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내다볼 때 더 이상 그의 손에 한국축구를 맡겨둘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터에 한·일전마저 졸전으로 끝난다면 변명 하기 힘든 코너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중이라 거취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한·일전 결과가 몰고 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베어벡의 순진한 지도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존재해 3,4위전 직후 감독 경질과 후임 사령탑 물색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베어벡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한국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자'며 지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베어벡은 일본 J-리그 오미야,교토 퍼플상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일본 국가대표팀과의 대결은 처음이다.

한국축구와 7년째 인연을 맺고 있으나 한·일전 때 벤치에 앉은 적은 없다.

베어벡 감독은 작년 11월 올림픽대표팀 한·일전만 두 번 치러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베어벡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결과는 물론 내용이 좋아져야 한다'는 요구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팀 중 가장 저조한 골 결정력과 지루하고 답답한 경기 운영으로 외국 팬들로부터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갑자기 180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이전과 같은 양상의 경기를 반복한다면 설사 일본을 꺾는다 하더라도 경질론을 잠재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베어벡은 이란 이라크와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친 선수들 중 일부를 바꿔 선발 라인업을 짤 계획이다.

단조로운 전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투톱을 세우는 등 포메이션 변형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일전의 위험 부담을 감안할 때 '베스트 11'의 라인업을 뒤흔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본의 이비차 오심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강전에서 패한 뒤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채 "주축 선수들이 지쳤다.

새 얼굴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한국은 일본과 68차례 맞붙어 38승18무1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2승2무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 58위,일본 36위로 한국이 22계단이나 떨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