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명대 국제 통상학과를 졸업하고 던킨도너츠에 입사한 박성원씨(26).그의 입사 비결은 토익 점수나 학점과 같은 '취업 스펙'이 아니라 '봉사활동'이었다.

박씨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맹인용 점자책 제작에 관련된 봉사활동을 했다.

점자책은 20포인트 정도의 글자 크기로 작성된 한글 파일을 바탕으로 만든다.

그러나 기존 책의 판권을 지닌 출판사들이 파일의 무분별한 유통을 우려해 원본 파일을 넘겨주지 않아,자원봉사자나 맹인 가족들이 책을 베껴 입력화하는 작업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씨는 매일 2시간씩 점자용 한글 파일 작업을 했다.

군에서도 행정병을 한 덕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1분에 600타를 치는 그이지만 2시간 동안의 작업량은 소설책 8페이지 정도에 불과했다.

박씨가 대학 시절 이 같은 단순 반복 작업의 짜증을 이겨내고 점자용 한글파일을 완성한 책들은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소설 모음집''개미와 베짱이' 시리즈 등 6권.

"정작 저는 맹인들을 실질적으로 도와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컴퓨터와 씨름만 하고 있으니 화도 많이 나더라고요.

출판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맹인 가족들이 일일이 그것을 다 쳐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습니다."

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대형 식품 전문업체인 SPC는 사원 선발시 봉사활동을 다른 어떤 스펙(학점,토익)보다도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봉사활동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더러 고객서비스 정신도 남다르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9일 첫 출근한 우자경씨(26)는 대학 시절 3년 동안 교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씨는 주말마다 용인의 인보마을에서 무의탁 노인과 지체 장애아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매장에 장애인이 와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서비스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흑인 아이들과 놀아주는 봉사활동을 6개월간 한 박우현씨(26)는 "봉사활동은 누가 알아줘서 하는 일이 아니다"며 "직장생활에서도 누가 알아줘서라기보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묵묵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봉사활동을 통해 남들이 꺼리는 일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파리크라상에 배치된 남승구씨(26)는 군대에서 처음 봉사활동의 맛을 알았다.

ROTC 장교로 근무한 그는 부대 주변의 '동두천 해오름 어린이집' 아이들을 군부대로 초청해 함께 놀아주는 일을 기획했다.

그는 "지체장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3주간 마술을 집중 연습하기도 했다"며 "봉사를 통해 베푸는 기쁨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덕수 SPC 홍보팀 차장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 입사자들은 단순히 스펙만 좋은 입사자들에 비해 동료에 대한 배려심이나 조직생활 적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편이라 이직률이 적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