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정은 백지상태에서 시장이 고평가인지,저평가인지를 냉정히 따져볼 기회다."

국내 최고의 가치투자자로 평소 보수적인 투자관점을 견지하기로 유명한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는 27일 주식시장 급락에 대해 "이유는 단순명료하다"며 "너무 빠른 속도로 짧은 기간에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잘된 것일 수 있다"며 "그러나 시중 자금의 증시로의 대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된 만큼 조정이 추가로 과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전무는 "과거를 돌이켜보면 주식이 너무 오를 때 편승해 사거나 폭락할 때 공포감에 사로잡혀 섣불리 팔 경우 반드시 후회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며 "오히려 멀리보면 이번 조정이 그동안 주식이 비싸 편입을 못했던 투자자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시장이 조정을 딛고 상승추세로 돌아서더라도 최근 몇 개월처럼 급하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의 연일 대규모 순매도에 대해 "일부 비이성적인 매물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국내 개인과 기관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며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지난 10년간 한국 주식투자로 평균 3~4배의 엄청난 수익률을 거둬 절대 보유금액도 불어난 만큼 다른 이머징 국가에 맞춰 비중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길게 보면 외국인은 보유시가 총액 가운데 100조원 정도는 향후 10년간에 걸쳐 추가로 내놓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이번 지수 조정을 계기로 현 위치를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개인들로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절호의 타이밍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부동산 자산에 너무 편중된 투자자라면 증시 조정을 기회로 주식쪽 비중을 늘리고,주식 가운데서도 그동안 시세를 주도해 온 성장주를 주로 편입했다면 앞으로는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주가가 덜 오른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항간에서는 '가치주도 너무 올라 더이상 가치주는 없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영원한 가치주는 물론 없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항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가치주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수 급등을 주도해 온 조선 건설주들의 경우 업황이 워낙 좋아 더 갈 수도 있지만 이미 PBR가 평균 6~7배까지 올라있는 상태"라며 "지금 성장주에 투자한다면 이미 가치가 성장해 있는 주식보다는 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 미래 가치가 성장할 기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