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주가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전쟁이 터진 줄 알고 인터넷 검색까지 해봤습니다."

주가가 폭락한 27일 H증권 서초지점을 찾은 김형준씨(48·직장인)는 "시장에 노출된 악재는 이미 알려진 것들인데 왜 이렇게 심하게 주가가 떨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신용시장 경색 우려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이날 주식 투자자들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 폭락 원인과 향후 주가 전망을 묻는 전화가 하루 종일 증권사 지점으로 빗발쳤다.

또 향후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조병철 대우증권 지점장은 "하루 종일 지점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그동안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도 기관과 개인이 주가를 지탱해왔는데 오늘은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자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물량을 받아왔던 개인 투자자들도 망연자실하며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여의도 객장을 찾은 조문현씨(60·자영업)도 "오전까지만 해도 단기 조정이 올 것으로 생각했을 뿐 1900선이 깨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보유 주식을 당장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주가가 떨어졌다고 추가로 주식을 사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장의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연하 동양종금증권 방배본부점 부장은 "왜 이렇게 장이 많이 빠지느냐며 항의하거나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종일 지점으로 빗발쳤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얼마나 이어질지,개인들의 주식 매수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장에서 기회를 놓친 탓에 조정을 기다려왔던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 기회를 엿보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장하연씨(30·회사원)는 "장이 너무 많이 빠져 놀라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조정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오늘 과감하게 매수주문을 냈다"며 "1~2주 안에 주가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선 미래에셋증권 대치지점장은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펀드 추가 불입 기회를 기다려왔던 고객들은 오히려 조정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문의하며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고 말했다.

조 지점장은 "증권사 특성상 펀드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데 이런 폭락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많이 목격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펀드 환매 금액이 1억~2억원 수준으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신규 판매 금액은 다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외국인들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팔면서 투기적 거래를 한 것을 보면 한국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이런 점을 알리며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말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이미아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