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곡선 디자인ㆍ폭발적인 가속력ㆍ볼륨감 넘치는 후드…외제차 안부럽네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듯한 낮은 차체와 곡선 형태의 날렵한 디자인,폭발적인 가속 성능. 지금까지 일부 고소득층과 자동차 마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산 자동차 업체들의 스포츠카 출시와 개발 계획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스포츠카도 대중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산 스포츠카의 시대를 점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업체들은 스포츠카를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첫 테이프는 GM대우의 G2X가 끊는다. GM대우는 오는 8월 말 후륜구동 방식의 정통 로드스터(차체 중심이 낮게 설계된 2인승 스포츠카) G2X를 출시할 예정이다.

G2X는 GM 계열의 오펠이 생산하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국산' 스포츠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판이 이뤄지면 국산 브랜드가 판매하는 유일한 컨버터블 스포츠카가 된다.

G2X에 탑재된 배기량 2000cc 가솔린 직분사 방식의 터보 엔진은 최고 26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5.5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227km에 이른다.

볼륨감 넘치는 넓은 후드와 짧은 오버행(차체의 전면부터 앞바퀴축 중심까지의 거리),곡선미 넘치는 표면 굴곡 등 외관에서는 고전적인 스포츠카의 면모가 풍긴다.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와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ESP(차량 자세제어 프로그램) 등 안전장치도 갖췄다. 이 차량의 가격은 40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G2X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한국 자동차 시장에 없었던 정통 로드스터를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풍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GM대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투스카니의 후속 차종인 스포츠쿠페 BK(프로젝트명)를 내년 하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후륜구동인 이 차량에는 최고출력 200마력이 넘는 배기량 2000cc의 직렬 4기통 쎄타 터보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될 예정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6초대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출력은 아우디의 스포츠카 TT(200마력)와 맞먹는 수준이다. 버튼식 시동장치와 19인치 휠이 적용되고 이 밖에 각종 고급사양을 갖췄다. 양산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어 그 기간 동안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더 많은 고급 기술이 추가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 차량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것이 없지만 2004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출품했던 컨셉트카 HCD8이 근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BK는 현대차가 도입을 검토 중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달고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은 2000만원대 후반이 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도 2009년 하반기 쿠페형 스포츠카 XK(프로젝트명)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은 쎄라토 후속인 TD(프로젝트명)를 변형한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차가 오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인 쿠페 컨셉트카의 모습에서 XK의 디자인을 점쳐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또 씨드의 소프트톱(직물로 만든 지붕) 컨버터블 모델인 익씨드의 양산형 모델을 비롯해 일련의 스포츠카를 개발,유럽 지역에 한해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아차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출품했던 소프트톱 컨셉트카 익씨드는 유럽의 일부 기아차 딜러들이 이 차량의 양산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은 컨버터블인 이오스를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고 판매량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며 "컨버터블을 내놓으면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