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文 < 중소기업중앙회장 >

우리경제에 반가운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작년 내내 유가와 환율로 고생하면서도 수출 3000억달러를 초과달성한 데 이어 경제전문가들은 올해에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보수적으로 소문난 무디스 역시 최근 5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했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根幹)으로서 우리경제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지난 4년간 참여정부는 '보호와 육성'에서 '경쟁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애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조사업체의 65%가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를 꼽고 있다.

얼마 전 만난 K 중소기업 대표는 협력대기업으로부터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쳐 단가인하 요구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며 어쩔 수 없이 기술개발 투자비용을 줄이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납품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는 기술개발 비용을 줄이게 만들고 제품의 질을 떨어뜨려 결국 모두를 공멸로 이끌어 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간 우리경제는 짧은 기간에 높은 성장을 이룩했지만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으로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미리 마련해 주지 못한 우를 범했다.

지금의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금난,인력난,판매난과 같은 문제는 이때 생겨난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 대부분은 전통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장남에게 거는 기대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희생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래서 장남은 장남대로 차남은 차남대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라는 응어리를 안은 채 살아간다.

우리경제가 꼭 그 형국이다.

큰 아들을 돌보느라 작은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지난달 말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장설립과 관련해 계획관리지역 내 1만㎡ 미만 소규모 공장 설립의 원칙적 허용,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기간 연장 등 현장밀착형 과제 중심으로 로드맵을 제시한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의 지원정책에 부응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몫이다.

능동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면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지만 이를 게을리하거나 거부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잊어서는 안 될 일이 또 있다.

하나는 휴식이고 또 하나는 방향점검이다.

며칠 전 중소기업 CEO의 20%가 여름휴가를 못 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의 안타까운 이 현실에 재충전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지 휴식을 가지라고 권면하고 싶다.

CEO 자신은 물론 가족과 근로자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열심히 일한 그대,떠나라'는 광고카피는 중소기업 CEO가 반드시 명심해야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경영의 방향점검도 꼭 필요한 때다.

비둘기의 독특한 걸음걸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비둘기는 움직일 때 주위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걷다가 갑자기 서고,방향을 돌린 후 땅을 부리로 쪼고 다시 앞으로 나간다고 한다.

중소기업 CEO 역시 하루의 일정이 숨돌릴 여지 없이 돌아간다.

따라서 현재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어딘지를 재점검해 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위해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방향점검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