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일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각 정파와 대선주자에 정치적 유·불리를 안겨주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온통 피랍사태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대선정국이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탓이다.
지난주 25일쯤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기자회견 일정을 다음 달 5일 이후로 연기했다.
캠프 관계자는 "여러가지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결과지만 아프간 사태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대선도전 의사를 밝힌 통합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공식선언을 다음 달 9일께로 미룬 것도 비슷한 이유다.
범여권의 제3지대 신당 창당과 경선 바람몰이에도 일단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24일 창당준비위 결성식과 이어진 시도당 창당대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창당 흐름을 타고 바람몰이를 시도했던 범여권 주자들의 행보도 탄력을 받긴 힘든 상황이다.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주 합동토론회 일정을 잠정 중단했던 것은 "1차 연설회에서 캠프 간 과열양상이 심각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피랍사태의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온 국민들이 깊은 우려 속에 아프간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빅2' 간의 토론회 열기가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22일 제주 합동토론회에서는 사전 축하공연을 모두 취소했으며 최구식 경선관리위원장도 "아프간 사태를 생각해 피켓 등을 동원한 과열 유세를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프간 사태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빅2'에도 일정 부분 정치적 유불리를 안겨줬다.
빅2를 중심으로 한 경선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이다.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본 주자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꼽힌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지지율 하락세를 보였던 이 후보로선 경쟁자인 박근혜 후보와 범여권의 소나기 공세를 잠시나마 피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김재정씨의 고소 취소도 아프간 사태 때문에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지지율 격차를 10% 포인트 내외로 좁히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박 후보에겐 결코 유리한 국면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파상공세를 통해 전세 역전을 노렸지만 이번 사태로 대선국면이 묻히면서 일단 흐름이 끊긴 상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