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러시아 연해주에서 다음 달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 기업이 IPTV 서비스에 나서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IPTV 법제화가 지연된 가운데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남중수 KT 사장은 29일 러시아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회사인 NTC(러시아명 엔테카)를 통해 내년 초 연해주 지역에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이에 앞서 다음 달 IPTV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NTC는 연해주 지역 통신회사로 KT가 79.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가입자 100만,점유율 4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NTC는 IPTV 서비스를 위해 30~40개 방송 채널을 확보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스트리밍(실시간전송) 방식으로,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는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KT의 연해주 IPTV 서비스는 우리나라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해외로 나가는 첫 사례다.

KT가 러시아에서 IPTV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국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IPTV 서비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도 법제화가 안 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남 사장은 "연해주에서 IPTV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통신환경이 국내보다 훨씬 열악한 곳에서 IPTV를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IPTV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 해외에서 계속 들어왔지만 국내에서 먼저 하려고 미뤄왔다"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해외에서 먼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T는 해외 IPTV 사업을 연해주에서 시작해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남 사장은 국내에서도 IPTV를 신속히 도입해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대한민국이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외국 사업자들은 상상조차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내 법제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엔 러시아 정부로부터 와이맥스 주파수(3.5㎓)를 확보했다.

와이맥스는 좁은 지역에서 노트북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무선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커버리지를 넓힌 무선통신 기술이다.

KT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유선망 대신 고정형 와이맥스 기술을 활용해 무선 방식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연해주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신흥시장에 진출해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주파수를 확보한 해외 통신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 사장은 "꾸준히 준비했고 연내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연해주에서 가입자 기반을 활용해 통신 이외의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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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인구 50% NTC 이통 가입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이자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이곳에서 NTC(엔테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NTC는 연해주 이동통신 1위 업체이다.

지난 27일엔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연해주 인구가 2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2명 중 1명이 NTC 고객인 셈이다.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KT의 해외 자회사라는 사실이다.

KT는 1998년 NTC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연해주 이동통신 시장에서 NTC의 점유율은 43%.전국 1위 통신사업자인 MTS(25%)와 3위 사업자인 메가폰(22%)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KT가 인수할 당시 적자기업이던 NTC는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35%.올해는 매출 1억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NTC의 100만 가입자 돌파는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해외 진출로는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유선통신사업자인 KT가 '전공'도 아닌 이동통신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란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더구나 NTC는 연해주 지역사업자다.

러시아에서 지역사업자가 전국사업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곳은 연해주가 유일하다.

김영택 NTC 사장은 "한국에서 검증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건물 지하와 시골 지역까지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하고 통화연결음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