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인 여성 인질 한 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육성테이프가 추가로 공개됐다.

피랍자 가족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 여성은 현지에서 영어 통역과 어린이 교육봉사를 담당했던 유정화씨(39)로 추정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28일 밤(현지시간) 한 탈레반 병사의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취해왔으며 서툰 다리어(아프가니스탄 현지어)와 영어로 "우리는 피곤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2분 분량의 육성테이프를 통해 "우리는 몇 개 그룹으로 분리돼 있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탈레반과 정부에 우리를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어디론가 가는데,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여기에는 4명이 있고,다른 인질들이 생존해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탈레반 대원들의 지시를 받는 듯 인터뷰 중간중간에 말을 멈추다 다시 이어갔다.

이 여성은 "제발 구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한 뒤 "집에 돌아가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 분리 수용돼 있다"면서 "우리는 과일만 약간 먹고 있다.

(탈레반이) 매일 한 명씩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유엔과 유네스코에 우리를 구해달라고 전해달라.하루를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아프다"고 절규한 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전해달라.너무 두려워서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탈레반이 26일 미국 CBS방송을 통해 임현주씨(32)의 육성테이프를 공개한 데 이어 또다시 언론에 인질의 육성을 공개한 것은 향후 협상에서 아프간 및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