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 WAR … 시중銀행장들의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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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의 '기(氣) 싸움'이 화제다.
지난 25일 롯데호텔 35층에 위치한 양식당 '쉔브룬'.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 달 3일 퇴임하는 윤 위원장의 송별 오찬 자리였다.
애연가인 윤 위원장이 담배를 꺼내 물자 체인스모커인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한 템포 쉰 뒤 슬그머니 담배를 꺼내들었다.
잠시 후.담배로 어색함을 달랬는지 강 행장(※강 행장은 은행장 가운데 말수가 가장 적다)이 메모지를 꺼내 놓더니 윤 위원장의 '치적'을 읊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3년 전과 현재의 은행권 BIS 자기자본비율,총자산이익률(ROA),부실여신 비율(NPL),당기순이익을 일일이 비교해 가면서 윤 위원장의 임기 중 은행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한 것.윤 위원장은 강 행장의 '용비어천가'에 머쓱해 하면서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강 행장의 선공에 박해춘 우리은행장,신상훈 신한은행장,김종열 하나은행장 등 다른 시중은행장들은 졸지에 '한방' 먹은 셈이 됐다.
강 행장은 이미 고급 와인 5병을 들고와 윤 위원장으로부터 "와인 맛이 참 좋군요"라는 '칭찬'까지 받아놓았던 터.다른 행장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참지 못하고 강 행장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아니,은행연합회장님이 하실 일을 국민은행장께서 직접 하시면 어떡합니까."(※이날 모임은 은행연합회장 주선으로 이뤄졌고 밥값 역시 연합회가 계산했다)
은행연합회장을 물고 들어가자 마지못해 나선 유지창 연합회장이 "강 행장님 임기가 11월이죠? 그럼 제가 국민은행장으로 가고 강 행장께서 연합회장으로 오시면 되겠군요"라며 농을 던졌다.
좌중에서는 다소 분위기가 풀린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은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차례."'워리은행장님'이 너무 쏘아붙이시는 것 아닌가요."(※'워리은행'이란 은행권에서 '자행(自行)'이라는 뜻의 '우리 은행'이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은행'과 헷갈린다며 사용하는 '우리은행'의 속칭.'우리은행' 사람들은 이 표현을 매우 싫어하지만 다른 은행 사람들은 반드시 '워리은행'이라고 부른다)
박 행장이 '발끈(?)'한 것은 당연."도대체 워리가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있는데서 워리라고 하시면…."(※8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의 주도로 2005년 우리은행의 이름을 '헷갈리지 않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며 상표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최근 특허심판원 2심에서 상표 등록 무효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박 행장이 신 행장을 향해 은행 명칭과 관련해 부연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강 행장이 특유의 어눌한 화법으로 신 행장을 거들고 나섰다.
"쓸 때는 '우리'라고 쓰고,읽을 때는 '워리'라고 읽는 것 아닙니까?" 부아가 난 박 행장은 얼굴색까지 벌게졌지만 주위의 만류로 '워리'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번엔 지방은행 간사은행 자격으로 참석한 이장호 부산은행장."부산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41% 늘어났다"며 실적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이 행장의 말이 조금 길어진다 싶자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말을 끊고 나섰다.
"하나은행도 앞으로 부산에 지점을 많이 낼 생각이에요."
은행장들의 기 싸움을 전해들은 금융계 관계자들은 "'뱅크 워(bank war)'라는 것은 전혀 빈말이 아니다"면서 "은행장들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지난 25일 롯데호텔 35층에 위치한 양식당 '쉔브룬'.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 달 3일 퇴임하는 윤 위원장의 송별 오찬 자리였다.
애연가인 윤 위원장이 담배를 꺼내 물자 체인스모커인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한 템포 쉰 뒤 슬그머니 담배를 꺼내들었다.
잠시 후.담배로 어색함을 달랬는지 강 행장(※강 행장은 은행장 가운데 말수가 가장 적다)이 메모지를 꺼내 놓더니 윤 위원장의 '치적'을 읊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3년 전과 현재의 은행권 BIS 자기자본비율,총자산이익률(ROA),부실여신 비율(NPL),당기순이익을 일일이 비교해 가면서 윤 위원장의 임기 중 은행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한 것.윤 위원장은 강 행장의 '용비어천가'에 머쓱해 하면서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강 행장의 선공에 박해춘 우리은행장,신상훈 신한은행장,김종열 하나은행장 등 다른 시중은행장들은 졸지에 '한방' 먹은 셈이 됐다.
강 행장은 이미 고급 와인 5병을 들고와 윤 위원장으로부터 "와인 맛이 참 좋군요"라는 '칭찬'까지 받아놓았던 터.다른 행장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참지 못하고 강 행장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아니,은행연합회장님이 하실 일을 국민은행장께서 직접 하시면 어떡합니까."(※이날 모임은 은행연합회장 주선으로 이뤄졌고 밥값 역시 연합회가 계산했다)
은행연합회장을 물고 들어가자 마지못해 나선 유지창 연합회장이 "강 행장님 임기가 11월이죠? 그럼 제가 국민은행장으로 가고 강 행장께서 연합회장으로 오시면 되겠군요"라며 농을 던졌다.
좌중에서는 다소 분위기가 풀린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은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차례."'워리은행장님'이 너무 쏘아붙이시는 것 아닌가요."(※'워리은행'이란 은행권에서 '자행(自行)'이라는 뜻의 '우리 은행'이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은행'과 헷갈린다며 사용하는 '우리은행'의 속칭.'우리은행' 사람들은 이 표현을 매우 싫어하지만 다른 은행 사람들은 반드시 '워리은행'이라고 부른다)
박 행장이 '발끈(?)'한 것은 당연."도대체 워리가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있는데서 워리라고 하시면…."(※8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의 주도로 2005년 우리은행의 이름을 '헷갈리지 않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며 상표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최근 특허심판원 2심에서 상표 등록 무효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박 행장이 신 행장을 향해 은행 명칭과 관련해 부연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강 행장이 특유의 어눌한 화법으로 신 행장을 거들고 나섰다.
"쓸 때는 '우리'라고 쓰고,읽을 때는 '워리'라고 읽는 것 아닙니까?" 부아가 난 박 행장은 얼굴색까지 벌게졌지만 주위의 만류로 '워리'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번엔 지방은행 간사은행 자격으로 참석한 이장호 부산은행장."부산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41% 늘어났다"며 실적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이 행장의 말이 조금 길어진다 싶자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말을 끊고 나섰다.
"하나은행도 앞으로 부산에 지점을 많이 낼 생각이에요."
은행장들의 기 싸움을 전해들은 금융계 관계자들은 "'뱅크 워(bank war)'라는 것은 전혀 빈말이 아니다"면서 "은행장들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