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인 피랍자의 정확한 숫자를 놓고 다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지난 28일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 현재 억류 중인 인질은 20명이라고 밝혔다며 22명(고 배형규 목사 제외)으로 알려진 것은 잘못된 보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샘물교회가 피랍 직후 발표한 인원은 23명이다.

배 목사를 포함한 남성 7명,여성 13명에다 현지에서 임현주씨 등 가이드 여성 3명이 합류했다.

AIP 보도대로라면 2명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게다가 임현주씨가 26일 미국 CBS방송과 전화통화한 내용도 정확한 피랍자 수와 억류자 수를 헷갈리게 한다.

그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두 곳에 분산 억류돼 있다고 전하면서 자신은 17명의 다른 여성과 함께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교란전술로 여겨지지만 샘물교회가 밝힌 7 대 16과는 다른 5 대 18의 성비다.

따라서 샘물교회 측의 성비가 정확하고 아마디,잔의 대변인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면 행방을 알 수 없는 2명은 남성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29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무장세력은 아프간 정부군,미군과 나토(NATO)군의 무력 구출작전에 대비하기 위해 인질들을 분산해 수시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리 정부는 탈레반 온건파가 8명과 6명씩 2곳,강경파가 9명을 1곳 등 모두 3곳에 분산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아마디는 2명씩 11곳에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탈레반이 인질을 2~3명씩 분산해 감금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아프간 가즈니주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탈레반은 며칠 전부터 2~3명씩 나눠 수용하고 있으며 인질 이동 수단으로 소형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피랍자들은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와 식사가 입에 맞지 않고 음식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 탈레반으로부터 '한명씩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공포감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