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11일째인 29일,피랍자 가족들은 휴일을 맞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타운 지하 1층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에 모여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분당 샘물교회에서도 새벽부터 기도와 예배가 이어졌다.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유족들은 당초 배 목사의 시신 운구를 피랍자 전원 석방 때까지 연기키로 한 방침을 바꿔 시신을 조만간 운구키로 결정했다.

배 목사의 형인 신규씨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현지 사정을 감안할 때 시신의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정부의 요청과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운송편이 마련되는 대로 한국으로 시신을 운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그러나 "분향과 조문 등 추모 행위는 22명의 남은 피랍자가 모두 한국땅을 밟는 그날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씨는 또 "배 목사가 유서는 따로 만들지 않았고,2001년 발행된 교회 내 소식지 샘물이야기에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박은조 분당샘물교회 담임목사는 이날 주일예배에서 피랍된 봉사단원들이 출국 전 '유서'를 썼다는 소문과 관련,"매년 교회 프로그램 중 유서를 쓰는 과정이 있어 그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난 28일 밤 피랍자 가운데 영어 통역 역할을 해온 유정화씨의 육성이 공개되자 가족들은 피랍자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아픈 사람이 많다는 소식에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씨의 언니 정희씨는 "동생 목소리가 맞다. 22명 전원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피랍자들에게 애끓는 마음을 담은 자필편지를 써서 매일 한 가족씩 편지를 공개키로 했다.

피랍자 제창희씨(39)의 어머니 이채복씨(69)는 29일 언론에 공개한 자필편지에서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그 힘든 곳에 갔는데 이런 기가막힌 상황에 처하게 됐으니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밝혔다.

김동욱/박민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