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ㆍ가공업체 "수요 있는 곳 어디든 간다"

중ㆍ동남아ㆍ미주지역 이어 동유럽까지 진출

국내 철강산업에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가전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가 미약했던 철강업계가 글로벌화와 해외 진출을 활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상공정(제선·제강부문) 해외 투자를 주도하고 있으며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가공유통 분야의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의 해외투자가 총투자(국내+해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1.3%에서 2000년 이후 4.1%로 늘어났다.

철강산업의 국내 투자는 주춤한 반면 해외 투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투자지역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1990년대 해외 투자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미주지역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트남,인도,터키,루마니아,체코 등 동남아,동유럽 국가들로 투자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해외 투자는 1990년대부터 중국,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돼 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포스코의 대형 중국 투자가 이뤄지면서 해외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해외 투자의 목적은 △현지시장 선점 △원료 및 중간재 확보 △해외 유통·가공기지 확보 등 크게 세 가지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베트남,인도 등 유망시장에 대한 현지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1996년 중국 상하이에 장가항포항불수강을 가동한 이후 모두 10억달러를 투자해 스테인리스 제강,연주,열간압연 설비를 지난해 8월 종합 준공했다.

또 인도에 1200만t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베트남에도 냉연·열연 공장에 이어 일관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호주,브라질 등에선 원료 및 중간재 확보를 위한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동국제강은 후판 소재인 슬래브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브라질 세아라스틸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세아라스틸은 2009~2010년부터 연산 150만t 규모의 슬래브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공·유통부문의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포스코,현대하이스코 등 철강제조 업체를 비롯 유통가공 업체,종합상사까지 해외 투자를 적극 실행하고 있다.

영광스텐,대한강재,세유특강,애드스테인리스,미강철강 등이 이미 해외 유통가공기지를 확보했으며 대창철강,동양에스텍 등이 해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가공 업체들까지 해외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수요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데 따른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해외 투자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점차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건당 평균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2000년 268만달러에서 2005년 3062만달러로 5년 새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투자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현지 경영권 확보 문제,투자이익 회수 등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철강기업들이 해외 투자에서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 속에 노하우를 확보하고 현재는 해외 투자를 성장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 간 철강산업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해외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 제조 및 유통가공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선 수요가 있는 곳으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국내적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한 관점에서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며 "원료 조달,신제품 개발,생산,판매,산업구조 고도화 같은 사업단계 전반에 걸쳐 경쟁원천을 재구성하고 창출하는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