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올초 모바일 뱅킹이 가능한 휴대폰을 구입했다.

칩(Chip)을 심은 휴대폰을 활용해 자동화기기(CD·ATM)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다.

하지만 쓰임새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휴대폰으로 거래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자신의 거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달 말부터는 모바일 뱅킹용 휴대폰을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은행들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동화기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호환성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반영구 사용으로 편리성 높아

30일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말부터 모바일 뱅킹 거래가 가능한 휴대폰을 은행 자동화기기에 갖다 대면 입출금 및 이체·조회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RF(Radio Frequency·무선주파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자행뿐 아니라 타행 자동화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16개 시중은행 중 현재 RF 모바일 뱅킹 준비가 돼 있는 10개 은행에서 먼저 실시하고 나머지 은행들도 연내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RF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지원되는 휴대폰에 은행에서 발급받은 금융칩을 장착한 고객들은 앞으로 현금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휴대폰으로 다른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무료로 칩을 받급받을 수 있지만 재발급받을 때는 6000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지갑 속에 현금카드를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유효 기간이 따로 없어 신용카드처럼 5년마다 재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휴대폰 분실 시 이동통신사와 해당 은행에 동시에 분실신고를 해야 하며 재발급 수수료도 현금카드(2000원)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서용성 하나은행 e비즈니스팀 차장은 "수익성보다는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RF 모바일 뱅킹을 지원하는 자동화기기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휴대폰 외에 RF 방식의 칩을 장착한 휴대폰 고리나 열쇠고리 등으로도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지서 없이 등록금 수납도 척척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이 강화되면서 최근 들어 은행 자동화기기의 기능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원래 현금카드를 발급받은 은행의 ATM에서만 현금을 입금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다른 은행의 ATM에서도 입금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용할 때마다 1000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하고 국민·기업·외환은행과 농협 등 4개 은행 지점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는 점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지서 없이 자동화기기를 통해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자행 고객들이 하나은행 자동화기기에 대학 학번과 학과 등 기본 사항만 입력하면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게 한 데 이어 9월부터는 이 서비스를 하나은행 고객이 아닌 일반인에게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창일 국민은행 채널기획부 차장은 "은행들이 무인점포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동전교환기나 공과금수납기 기능이 모두 합쳐진 통합 자동화기기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