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론에 따라 2002년 출범한 삼성장학회로부터 연간 최고 5만달러의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받은 이공계 석·박사과정 두뇌들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

삼성장학회 1기 장학생으로 현재 미국 UC샌디에이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현민씨(31)는 15개 계통의 실험용 생쥐 유전지도를 완성, 관련 논문을 30일자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강씨는 이 논문에서 "약 27억개의 염기서열로 구성돼 있는 생쥐의 유전형질이 대를 이으면서 변화를 거듭해 모두 827만개의 변이가 관찰됐다.

관련 학계는 강씨가 이번에 인간과 유적적 공통점이 많은 생쥐의 유전형질 차이를 분석,계통을 파악함으로써 인간 조상에 대한 계통도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강씨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으며 2003년부터 4년간 삼성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았다.

역시 삼성장학회 1기생인 최장욱씨(32·미 캘리포니아공대 박사과정)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현재의 칩과 크기는 같지만 기억 용량을 100배 높인 D램칩을 개발,네이처에 실었다.

이 연구는 '손안의 슈퍼컴퓨터'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최씨는 서울대 응용화학부에 재학할 당시 미국 풀브라이트재단과 GE사의 장학생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장학회 2기생인 남기태씨(30·미 MIT 박사과정)는 유전자를 조작한 나노 크기의 바이러스를 리튬이온전지에 쓸 수 있도록 전지전극화한 기술을 개발,작년 4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 기술을 응용할 경우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기존보다 용량을 3배가량 높이는 초경량의 고효율 전지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규붕씨(26·미 MIT 박사과정·2기)는 올해 5월 항공기,인공위성의 관성유도 장치에 쓰이는 원자 간섭계의 작동시간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 물리학회보에 게재했다.

정혜민씨(26·미 MIT 미디어랩 석사 졸업·2기)는 지난해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들끼리 유리잔을 통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이른바 '연인의 잔'을 발명,주목받았다.

삼성장학회 관계자는 "4∼5년 전 삼성 장학생으로 선발된 1∼2기 이공계 두뇌들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각 과정을 마치고 학계나 기업에 진출하면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장학회는 이공계 출신 두뇌들을 한 해 70명씩 선발,석사의 경우 2년,박사는 4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