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유방 확대 수술에 쓰이는 실리콘겔 보형물 시판을 허가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돼 온 이 보형물은 유방조직과 가장 유사한 점도와 촉감을 지닌 실리콘겔이 담고 있다. 그동안 써왔던 생리식염수 충전 보형물보다 감촉이 좋고 성형한 후의 유방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외신이나 소문을 통해 접해본 일부 여성들은 실리콘겔 보형물이 국내에서도 시판되기를 학수고대해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식약청의 허가 이후 필자의 병원 상담실에는 적잖은 문의가 들어왔다. 생리식염수백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 때문에 유방 성형을 망설였던 여성들이 이 소식을 희망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 중 한 고객의 사연을 소개하면 수년 전 가슴이 너무 빈약하다고 생각해 생리식염수가 담긴 보형물로 유방확대술을 받은 경우다. 이 고객은 성형으로 기대했던 유방 확대의 효과는 얻을 수 있었으나 고민의 정도는 더 깊어진 상태였다. 성형 후 옷밖으로 보이는 봉긋한 모양은 좋았으나 목욕탕에 갈 때는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 움찔해야만 했다. 이유는 부자연스러운 모양에다가 수술했다는 표시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지나칠 수 있는 문제라고 치더라도 더 심각한 것은 결혼을 앞두고 만나는 남자의 반응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남자는 수술한 것을 눈치챈 것 같았고 유방에 대한 접근을 꺼려하는 태도여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보형물에 대한 희망을 갖고 필자를 찾아왔다. 이 고객은 필자와 상담한 후 모양과 촉감이 떨어지는 생리식염수백을 빼고 실리콘겔이 담긴 신형 보형물로 교체키로 결정했다.

실리콘겔 보형물은 일명 '코헤시브겔' 또는 '코젤'로 불린다. 1992년 액체 상태의 실리콘겔은 인접 조직을 괴사시키고 류마티스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 때문에 대신 등장한 식염수백은 안전하긴 하나 감촉과 모양이 여성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또 다른 대안인 코헤시브겔은 액상 실리콘과 달리 보형물이 터지더라도 흘러내리거나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지 않고 제 모양을 유지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식염수백의 안전성과 액상 실리콘의 자연스런 촉감과 심미성을 고루 갖춘 보형물이라 하겠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성형수술을 감행하려 할 때에는 단순히 수술의 기술적인 방법이나 수술 후의 외모 변화에만 신경써서는 안된다. 수술로 인해 변한 모습이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에게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다른 효과와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요즈음 인터넷의 발달과 성형인구의 증가로 인해 일반인의 상당수가 성형수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의사와 성형상담을 할 때에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해 수술 후 변화 정도가 유익할지 아니면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지 면밀히 따져보는 게 좋을 것이다.

미고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