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아 우리 애 키가 작은 것일까.'

외모 지상주의 탓에 키 작은 아이를 둔 부모는 방학 때만 되면 자책이 심해진다.

'좋은 학원 보내기' 못지 않게 중요한 '작은 키 키우기'때문이다.

"아들은 185cm,딸은 168cm로 키워 보자" "엄마들의 노력으로 숨은 키 10cm를 찾으세요" 등의 성장 영양제 광고 문구가 부모의 분발을 자극한다.

양·한방의 각종 성장 전문 클리닉도 이런 부모 심리에 힘입어 방학철만 되면 성시를 이룬다.

최근 H한의원이 한국갤럽을 통해 초등생 자녀를 둔 수도권 거주 엄마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아들의 이상적인 키를 묻는 질문에 엄마들의 55%가 180~185cm로 답했다.

185~190cm의 키를 원하는 엄마도 15.8%에 달했다.

딸은 엄마의 62.2%가 165~170cm,27.8%는 170~175cm를 원했다.

2005년 교육부 신체검사 결과 남녀 고교생의 평균 키가 각각 172.68cm,161.84cm인 것에 비하면 현실과 인식의 격차가 크다.

부모가 키에 대해 갖는 가장 잘못된 인식은 '키는 유전'이라는 고정관념이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1%가 유전이 키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이 중 39.4%는 매우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유전이 키에 미치는 영향은 23% 안팎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운동과 식사 조절로 충분히 키를 키울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키가 작으면 무시받는 그릇된 사회 풍토 탓에 키 성장 열풍이 불고 희귀한 성장 운동과 근거도 없는 값비싼 건강 기능 식품이나 한약이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돈 안들이고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 가지 성장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비만을 해소해야 한다. 햄 피자 햄버거 라면 튀김 등 기름진 음식과 운동량 부족은 체내에 지방 성분이 쌓이게 해 성호르몬이 이른 나이에 분비되도록 유도한다.

이는 성장판을 일찍 닫게 해 키가 자라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세 살 이후에 나타나는 소아 비만은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개별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성인 비만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성장 장애는 물론 평생 성인병 합병증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적절한 영양식을 섭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육류와 우유의 섭취가 많은 나라의 국민이 키가 큰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름기를 제거한 살코기나 생선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키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정도의 효과에 그친다.

우유 치즈는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이상적인 식품이다.

칼슘을 비롯한 철분 아연 등 무기질 섭취도 중요하다.

멸치처럼 뼈째 먹는 생선이 좋다.

현미 옥수수 귀리 등은 키틴산이 아연이나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지나치면 좋지 않다.

체내로 들어온 칼슘이 장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비타민D가 필요하다.

하루에 최소 10∼15분 동안 자외선을 쬐야 비타민D가 활성화하므로 실내에서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한다.

영양의 조화를 위해 채소 과일 해조류도 충분히 섭취해줘야 한다.

탄산음료는 뼈에서 칼슘을 배출하는 작용을 하고,카페인 음료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삼간다.

셋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하루 30∼60분의 운동은 허벅지나 장딴지뼈 양끝에 위치한 성장판을 자극한다.

농구 줄넘기 배드민턴 조깅 체조 수영 테니스 배구 등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기계체조 씨름 레슬링 유도 마라톤 럭비 등은 근육질 몸매를 만들고,성장판을 손상시키거나 압박하며,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등 성장을 억제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농구나 배구를 하더라도 너무 높게 점프하면 체중의 5∼6배가 성장판에 전달돼 인접한 어린 연골이 자라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오후 7시께 가볍게 운동하면 자정을 전후해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므로 권장할 만하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하다고 판정받았을 때에 한해 받는 게 좋다.

1년에 4cm 미만으로 자라거나 키 순위가 동년배의 3% 미만일 때 실시한다.

키가 작은데도 통통한 느낌을 주는 어린이가 대체로 적합한 치료 대상이다.

7세 이후 성장판이 닫히는 15∼17세 이전에 가급적 일찍 시작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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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잠을 자야 키가 커"

키가 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요즘 청소년의 이른 사춘기가 지목되고 있다.

수십년 전보다 2∼5세 빨리 사춘기가 와서 그만큼 성장할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동물성 고지방식의 과잉 섭취와 TV 및 컴퓨터의 장기간 이용이 사춘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연구돼 흥미롭다.

햄과 육류 등 동물성 고지방식을 많이 섭취하면 성(性)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 이른 나이에 성적 성숙이 완성되고 성장이 중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의학계는 인진쑥 율무 등으로 성숙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플로렌스 대학병원의 로베르토 살티 교수는 어린이가 야간에 TV 컴퓨터게임 등에 몰입함으로써 야간에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이 줄고 이로 인해 사춘기가 조기에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유도하고 어린이의 성적 성숙을 늦추고 사춘기 발현을 억제하는 호르몬.게다가 TV 및 컴퓨터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최고조에 이르는 오후 10시∼오전 2시 사이에 깨어 있게 돼 성장호르몬의 효과를 볼 수 없다.

TV 컴퓨터로 인해 성장을 촉진하는 운동시간이 줄고 척추 변형이 오며 야식을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장 장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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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키크기 키포인트

3세 이후(유아기)

잔병치레 막기,다양한 음식 먹어보게 하기,햇볕 쬐며 많이 뛰어놀게 하기, 충분한 숙면 취하기

7세 이후(초등학교 저학년)

좋아하는 운동 하루 1시간,음식의 질과 양을 동시 추구,초소 8시간 수면,심하게 작으면 성장클리닉에서 검진

10세 이후(초등학교 고학년)

한식 먹는 식사습관 들이기,적정 표준 체중 유지,사춘기 빨리 시작되지 않게 관리가,TV 컴퓨터 멀티하기,매일 30~60분 운동,최소 7시간 수면,성장클리닉 치료의 최적기

13세 이후(중학생)

튼튼한 뼈 만들기(칼슘 단백질 강화),운동은 짧고 강도 높게(하루 30분 이상),가급적 밤 12시 이전 6시간 깊은 수면,사춘기 빨리 진행되면 뼈 나이 확인 필요

16세 이후(고교생)

자투리 시간에 운동하기(차안에서 스트레칭,달밤에 점프하기),스트레스 줄이고 긍정적 사고,성장판 폐쇄 최종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