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12일째인 30일,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배 목사의 시신은 인천공항에서 경기도 안양시 안양샘병원으로 운구됐다.

박상은 안양샘병원장은 오후 8시부터 수원지검 김병현 검사의 주관 아래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배 목사 시신에 대한 검시에 입회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부검을 포함한 추가적인 정밀 검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아프가니스탄 현지로부터 받은 사망진단서에서 밝힌 사인은 '두부(頭部) 총상'이었다"며 "고문 흔적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검시 소견 등 상세한 내용은 정부 측에서 발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의 상태는 비교적 깨끗해서 한 눈에 배 목사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들도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동의했다"면서 "부검 시간과 장소는 1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아프간 피랍자들의 육성이 잇따라 공개되자 피랍자 가족모임은 30일 "앞으로 추가 공개되는 가족 육성과 관련해 확인 작업이나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차성민씨는 "탈레반이 그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우리가 계속 반응한다면 피랍자들의 목소리가 계속 거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은 전날 밤 일본 NHK방송이 전화통화한 김지나(32ㆍ여),심성민씨(29)에 대해 가족의 확인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 언론을 통해 육성통화 내용이 공개된 이지영씨(37ㆍ여)는 2년 전 아프간에 처음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떠나 현지에서 교육ㆍ의료 봉사활동을 벌이다 이번에 봉사단 가이드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오빠 종환씨(39)는 "아버지가 5년 전 백혈병으로 1년 넘게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병원비를 보태기도 한 효녀였다"며 "봉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험한 곳에 간 동생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윤미로 인턴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