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정부에 수감자 석방압박…韓정부 우회적 노력 촉구
내부단속 효과도..협상 결과에 인질 목숨달려


한국인 22명을 억류중인 탈레반 무장세력이 31일 끝내 인질을 추가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AFP, 로이터통신은 31일 "한국인 남성 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고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 인질 1명을 총살했다"고 말했다.

AFP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여러 차례 시한을 연장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오늘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31일 1시)에 한국인 남자 성 신(Sung Sin)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물론 살해된 인질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아니나 아마디가 이름을 적시한 것은 물론, "살해한 인질의 시신을 가즈니주(州) 카라바그 지역에 버렸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때 인질로 잡혀 있던 또 다른 남성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탈레반이 밝힌 '성 신'이란 이름은 인질 가운데 심성민(29)씨를 지칭한 것으로 추정되며 배형규 목사에 이어 두번째 희생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이 아직 완전 무산된 상황이 아닌데도 인질 추가 살해에 나선 배경으로는 우선 탈레반 측의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교환'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를 겨냥한 위협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신들이 명단을 제시한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인질을 추가 살해할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이다.

탈레반이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추가 살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돼 활동중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아프간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진, 관철시키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측의 협조를 받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국을 통해 포로와 인질 교환에 부정적인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압박해 달라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일부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계속 연기함으로서 긴장감이 이완되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9일 밤 일본 NHK방송과 인터뷰를 한 심씨를 외부에 공개한지 하루만에 살해했다는 점에서 내부 강경파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아프간 현지 소식통들은 탈레반 내부에 '심각한 갈등이 있다'고 전해왔다.

칸다하르 출신의 강경파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몸값'을 받고 인질들을 석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지만 권력을 뺏기고 난 뒤 더 이상 중앙의 장악력이 지방 곳곳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각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갖는 세력들이 성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따라서 탈레반측이 한국 인질을 추가 살해한 것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강경대응에 불만을 품고 있는 내부 세력을 단속하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살해는 탈레반 사령관의 협상 실패 선언에 이은 것으로, 앞으로 협상이 실패할 경우 추가 살해에 나설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두번째 한국인 남성 인질을 살해한 뒤 "남성 인질부터 순차적으로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곧 아직 남아있는 21명의 인질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워싱턴.뉴델리연합뉴스) 조복래 김상훈 특파원 이정진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