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31일 도이체방크는 아시아 증시에 대한 주간 보고서에서 "최근 아시아 증시가 겪은 조정은 약세장의 시작이 아닌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美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연 5.5%를 넘어서거나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진짜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두 경우 모두 당장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도이체는 "美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하락이 아시아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기업들의 재무제표와 실적이 견조함을 이어갈 것이란 점에서 증시 조정은 비교적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와증권 역시 아시아 증시가 지난 90년대 이후 두번째 강세장을 맞고 있다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머징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오름세를 타는 등 구조적 환경이 장기 상승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

중국과 같은 거대한 이머징 경제의 등장 등으로 아시아 증시가 2003년 이후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이와는 어닝시즌에 접어들고, 美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승 속도는 둔화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증시는 우상향 트렌드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0년대에는 홍콩 증시가 아시아 증시 강세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아시아 증시가 동시에 뜀박질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특히 가장 늦게 반응하는 대만 증시조차도 2003년 이후 두배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다이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증시는 추가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며, 한국 증시 역시 모멘텀을 축적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무라증권은 이들과 달리 다소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라는 지난 27일자 'Hiccups(Ⅱ)'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시아 증시에 대해 기술적으로 과매수된 상태인데다 뮤추얼 펀드들의 현금 보유가 적다는 점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아시아 증시가 서브프라임 시장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미국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비용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

간접적으로 아시아 주식시장은 주요 글로벌 금융 주체들의 투자자본 공급 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는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공급'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 추이와 돈의 흐름에 따라 아시아 증시가 향휴에도 몇번의 '딸꾹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시 지표들이 아시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자극하고 있긴 하지만 선진국 주택 시장의 신용 사이클 등 자금 유출을 촉발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도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

채권 수익률 상승과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 우려 등이 여름 동안 아시아 증시를 조정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뉴질랜드 달러의 추이를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여름이 지나는 동안에는 고베타 종목들의 비중을 줄이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