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 '알포인트' 방영후 실화 여부를 두고 인터넷에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영화 중 하나로 분류된다.
베트남 전쟁은 참전 용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원귀로 전락시키는 끔찍한 공포 체험이라는 것이다.
유일한 생존자는 실명(失明)자로 묘사돼 남은 세월을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한다.
참전자들이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그린 한국 영화 '하얀 전쟁', 전쟁의 광기를 포착한 '지옥의 묵시록'과 '디어헌터', 미군의 악행을 고발한 '플래툰' 등 베트남을 다룬 영화들에서는 그나마 일부 생존자들이 상처를 입은 채로 엄혹한 세월을 견뎌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6개월 전 알포인트 지역에서 실종된 병사들로부터 무전이 걸려 오면서 9명의 수색대가 이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급파돼 겪는 이야기다.
카메라는 전장의 두려움과 공포를 포착한다.
병사들은 머리를 땅에 파묻은 채 총을 쏜다.
대변을 보거나 빈집을 수색할 대도 홀로 남겨질 것이 겁난다.
베트콩 여인을 확인 사살할 때는 서로 쏘지 않으려고 미룬다.
전쟁은 살인을 정당화해주지만 개인의 양심마저 살인을 정당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알포인트 지역은 한국 군인들의 이런 죄책감과 외국 군인들에 의해 학살된 베트남인들의 원한이 합쳐진 곳이다.
이 영화에는 남서 베트콩은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
창녀, 베트콩 여인, 원귀 등 세 여인이 희생자로 나올 뿐이다.
이는 베트남전쟁이 명분 없는 학살이라는 뜻이다.
한국 병사들도 '조국애'에는 관심이 없고 하루속히 귀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도입부와 종반부의 무선통신 장면은 군인들이 망자가 된 후 저승에서 보내는 간절한 귀향의지를 담은 장치다.
대사 전달이 매그럽지 못한 녹음 상태와 중반부의 반복적인 공포 상황은 다소 지루하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가 이런 흠들을 압도하는 영화다.
감우성, 손병호 주연의 영화 '알포인트'는 방영될 때마다 실화여부와 관련하여 '알포인트 실화' '알포인트 사진' 등이 인터넷 검색어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실화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여름 개봉당시 영화의 마케팅으로 사용된 모방기록영화(mockumentary)기법으로 인해 이런 해프닝이 빚어진 듯 하다.
완벽하게 허구적으로 꾸며내 각본을 바탕으로 기록영화처럼 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모방기록영화 기법이다.
2004년 개봉당시 영화 '알포인트' 역시 실화라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을 했었던 것.
하지만 일부의 네티즌들은 단순한 '모방기록영화' 마케팅 사용이라는 말에 허구라고 생각할 뿐이지 실화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